임문자<수필가>
내가 ‘한국 환상곡’을 들은 것은 50년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그 때에는 TV도 없는 시절이어서 라디오에서 정말로 우연하게도 듣게되었는데, 우리가 제일 많이 부르고 있는 노래 ‘애국가’가 ‘한국 환상곡’의 일부인 것도 그 때에 알게되었다.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에는 여러 가지로 귀에 익은 우리의 가락이 섞여서 연주가 되고 있었다. 그 때의 나에게 ‘환상곡’이라는 이름이 주는 새로운 것에 대한 경외로운 설래임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친근한 선률에 대한 느낌은 흔히 우리가 절친한 사람을 대할 때에 자칫 저지르는 실수와도 같은, 무심하고 무례하기조차 한 것이었다고 기억이 된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10대의 소녀였던 나의 음악에 대한 무지함에도 그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안익태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다는 뉴스도 있고, 때마침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마다 태극기와 함께 울려퍼지는 애국가는 우리국민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끝나는 듯 마는 듯 엉거주춤하게 끝나버리는 일본의 국가와는 달리, 우리의 ‘애국가’는 안정감있고 희망에 찰 뿐만이 아니라 관현악으로 연주 될 때에는 더욱 아름답고 힘차게 들린다. 마치 우리의 높은 기상을 표현하듯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우리의 ‘애국가’를 누가 사랑하지 아니하랴! 그런데 우리가 한번도 듣지 못하였던 선생의 작품을 이번의 기념음악회에서 들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을 떠나신 후 40년이 지나서야 그동안 제목으로만 알았던 악보도 찾았다고 한다. 선생의 남아있는 악보는 ‘논개’, ‘시의 조선’, ‘방아타령’ 등 한국적인 가락이 많이 있는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랬을 것만 같다.
안익태 선생이 살았던 시절에 우리국민들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어려운 세월을 살았으며, 그 때에는 문화를 즐길 여유가 없었기도 했거니와 말년에 고향을 찾아 오시기도 하였던 선생의 음악을 들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관현악이란 교향악단이 연주를 해야만 우리가 들을 수가 있으니, 연주해주지 않는 음악을 청중이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은 당연하였다. 이제 새로운 세대들이 주축이되어 선생의 기념음악회가 열린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더구나 외국에서 오랫동안 음악을 하면서 살았던 정명훈이, 반세기 전에 국외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배의 음악을 지휘하기 원한다니 더욱 기쁘다. 그동안 다른 나라의 음악이 서울에서 얼마나 많이 연주되고 감상되었던가.
국악이 다시 대중에게 사랑받는 이즈음, 안익태 선생의 음악이 더욱 빛을 발할 것만 같다. 우리가 우리의 것을 귀하게 여길 때에 남들도 우리를 귀하게 여기고 진가를 알아주지 않겠는가. 혼자 발표해도 되는 대중음악과는 달리, 같은 음악인들이 아끼고 사랑해서 연주해 주어야만 진가를 발휘하게되는 교향곡은 동료 음악가들의 지지가 있을때에 마침내 청중도 함께 있게 된다는 쉬운 법칙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것이 어디 음악에만 국한된 일이랴. 학문이란 동료가 서로 도우면서 자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 분야의 모든 사람들에게 덕이되는 일이며, 앞으로 벋어나가는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합치고 서로 격려하면서 세계로 향하여 도약을 하자. 선각자이진 안익태 선생의 100주년 탄생기념 음악회에 자부심을 가지고 ‘애국가’도 속으로 불러본다. 그리고 우리의 애국심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를 삼아본다.
* 2-17-2006일자 한국일보의 <안익태 미공게 악보 발견> 기사를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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