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뿌리뽑기 평화 뿌리내림 위하여”
‘어제 안에 오늘’ 전시회 1천여명 관람, 16일 폐막
전쟁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이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류역사는 무수한 전쟁으로 무수히 멍이 났다. 지금도 크고작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나의 전쟁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 쪽은 설욕을 위해서, 이긴 쪽은 그 설욕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 다음 전쟁준비에 돌입한다.
전쟁을 뿌리뽑고 평화를 뿌리내리는 데 작은 목소리와 마음을 보태기 위한 세대간 대화가 지난 15일 오후 오클랜드 프로아츠캘러리에서 열렸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이곳에서 본보 후원으로 반전평화 단체들이 마련한 전시회(제목 ‘어제 안에 오늘-잊혀진 전쟁 살아있는 기억’)의 사실상 마지막 이벤트였다.
약 40명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1시부터 2시간가량 이어진 이날 대화에서 연사로 나온 상항예수님의교회 김진호 담임목사는 북한 출신 아버지가 북에 남은 형제(6남3녀 중 6명) 등 가족들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던 장면들을 들려준 뒤 “7학년 때 아버님께서 나를 공동묘지로 데려가 이장하는 장면을 보여주시더니 ‘너도 뼈를 추스리고 염을 하는 걸 배워야 한다. 내가 죽은 뒤 통일이 되면 내 유골을 고향으로 옮겨 묻어달라’고 하셨다”며 “나는 차마 내 아들한테 그렇게 하라고 말을 못하겠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한국전 참전 아프리칸아메리칸 미 해병대원과 한국인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프리랜서 미디어전문가 로웰 로잔 씨는 자라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등 정체성의 미궁에 빠져 고민했던 시절을 회고한 뒤 “한국전이 끝난지 50년도 더 지났지만 갈등없이 평화를 향해 전진하는 일이 이토록 더딘 것이 안타깝다”며 “우리는 서로 보다 많이 접촉하고 대화하고 평화의 마음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를위한한미연대 신익길 씨는 “전쟁은 명분이 어떻든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과 황폐화를 가져올 뿐”이라며 “지금 이라크에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죽어가고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같은 단체 김진이 씨는 “한국전에서 미국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런데 부모세대들의 기억에는 초컬릿을 주는 미군병사의 이미지같은 것만 남아있는 것 같더라”고 꼬집었다.
평화연대 헬렌 김 씨 사회로 4인의 발표 뒤에는 참가자들이 예닐곱명씩 그룹을 지어 반전평화 소망을 나누는 자리가 30여분동안 이어졌다. 한편 16일 폐막된 ‘어제 안에 오늘’ 전시회에는 총 1,000여명이 참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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