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전 TV구성작가>
우리가 매일 호흡하는 공기처럼 항상 함께 하기에 내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항상 함께 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존재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하지만, 그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나의 기쁨은 곧, 내 가족의 기쁨이요, 나의 고통과 슬픔은 곧 내 가족의 고통과 슬픔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하지만, 그 생각으로부터 빚어지는 극단적인 판단과 결심은 한 가족의 몰살이라는 비극을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요즘 마주하는 뉴스들에서 찾게 된다.
가정불화 역시 나와 너 사이의 일치감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연인 사이의 일치감은 부부라는 일치감으로 발전하면서 누구에게나 행복의 절정의 순간을 만들어 내지만, 동시에 그나 그녀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다툼이나, 아이가 내 생각같이 행동해 주지 않아서 생기는 나의 불행함이 존재한다. 그는 결코 내 마음 속에 사는 이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독립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가족으로 뭉쳐 있더라도, 한 뱃속에서 나온 쌍둥이가 다르듯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다 한들 기억하는 것이 다르며,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주어진 상황에서의 선택이 다르다. 이 차이점을 인정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일치감만큼이나 거리감을 갖는게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사이에 이 긍정적인 거리감을 갖기 위해선 우선 가족 개개인이 대화의 시간을 많이 가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 동시에 서로의 세계와 개성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무언가 열중하고 있을 때, 방해하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선택의 상황에서 반드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부란,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를 함께 뛰는 파트너인 만큼 서로에게 항상 일치감을 나누도록 기대하고 산다면 그것도 서로에게 부담과 스트레스를 주는 일일 것이다. 나 자신에게도 지치는 게 인생인데,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는 가족들에게 지치지 않을 수 없다. 서로의 인생을 진정 함께 나누는 길은 함께 나누고, 의지하는 것만큼 각자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만의 취미활동이나 나만의 세계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순간순간 상대방에게서 새롭게 발견하는 모습을 통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긴다.
핵가족이 대부분이요, 가족중심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그것도 외로운 타향살이에서 스트레스를 이겨낼 출구나 마음을 터놓을 오랜 교우관계를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이민생활에서 가족의 존재는 더욱더 커지고 가까워진다. 하지만, 너무나 가까운 존재이기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가족은 나의 것인 동시에 결코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가장 가까운 이이기에 거리감을 갖는 것, 그리고, 존중해주는 것. 그만의 인생이 꽃 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하는 것, 그런 자세가 가족인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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