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절인 1일 60만 시위대 속에 파묻혔던 이사이야스 페레스(22)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시위 참가한 식당 종업원 페레스
“열심히 일해서 식당 차리고 싶어”
시위대의 함성이 사라진 2일 세상은 하루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이사이야스 페레스(22)의 손에도 성조기 대신 음식쟁반이 들려 있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며 일하는 ‘코리아타운 키드’인 페레스는 “같은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어제를 회상했다. 비록 한 푼이 급한 처지지만 페레스는 반이민법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에 힘을 보태고 싶어 업주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뒤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맥아더 팍에서부터 라브라레아까지 행진하면서 서로 한 목소리를 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며 강한 신념을 드러냈다.
미국 생활 9년차인 페레스는 2살난 아들을 둔 어엿한 가장이다. 최저임금으로, 서류미비자로 살아가는 처지지만 페레스는 미국에 정착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다.
1998년 멕시칼리를 통해 밀입국한 그는 “당시 15세에 불과했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6남매의 장남인 페레스 가족은 조부모와 부모, 남매 그리고 사촌 두 명이 사는 대가족이지만 한 달 수입이 1,000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시티 인근의 농촌인 브라쿠르스 출신인 페레스는 여자친구와 아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얇은 주머니 사정에도 불구하고 매달 200달러 안팎을 멕시코로 송금한다.
그는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 미국에 있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의 아버지도 2003년까지 9년 동안 미국에 체류하며 생활비를 멕시코에 송금했었다.
페레스에게 한인타운은 꿈을 일궈줄 수 있는 터전이다. 한인 비즈니스가 많아 돈을 벌기에도 좋고 히스패닉 동료들도 많아 언어소통에도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인들이 매우 열심히 일한다”며 “나도 그에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해 언젠가는 식당을 차리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페레스의 사촌도 타운에서 일하고 있다.
가족과 헤어진 지 9년째. 페레스는 휴가를 받아 가족들의 얼굴을 보러 당장이라도 멕시코로 달려내려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하지만 서류미비자로 살아가는 그의 형편상 가족과 재회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페레스는 “합법적인 체류 자격을 갖춰 마음 편하게 일하고 가족도 만나보고 싶다”며 간절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멕시코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하기 때문에 절대 그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실과 이상, 그 간극 속에서 제2, 제3의 페레스가 코리아타운의 꿈을 먹으며 합법 체류의 그날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음을 그를 통해 읽을 수 있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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