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방송인)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아마 십여년 전 즈음에도 올해처럼 한달 내내 비가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봄맞이 비가 아닌 한겨울 추위를 더욱 스산하게 느끼게하는 1월의 비였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습니다. 도무지 쉼이라고는 없이 하늘에 슬픈 사연이 있었다는 걸 알리기 위함처럼 계속 내렸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제 각각이지만 분명한 것은 지치지 않고 연속해서 한 모습으로 세상을 감싸안는 자연의 섭리에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는 단순한 진리였습니다. 거대한 Mother Nature는 그렇게 가끔 우리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깨우칩니다. 인간은 겸손하라고. 지어진 존재라고 말입니다.
이윽고 봄이 왔습니다. 언제쯤 화창한 하늘과 햇빛을 마주할려나 의문을 가진 것이 언제더냐 싶게 베이지역의 청명한 날씨가 우리를 즐겁게 합니다. 기분 전환을 할 요량으로 노란색 옷을 꺼냈습니다. 분홍색 바지에 초록색 스웨터를 꺼내들고 정작 입지는 않고 바라만 보아도 그 환한 빛깔에 마음이 싱싱해 지는 걸 느꼈습니다. 집안의 커튼도 두툼한 천으로 만들어진 겨울의 적주황색에서 하얀색 바탕에 나비가 무늬를 이루고 있는 하늘하늘한 질감의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오랜만에 창문도 열고 봄바람을 온 집안에 돌아다니도록 했습니다. 뒷마당 나무가 어느 새 물오른 이파리를 온통 몸에 붙이고는 잔잔한 바람결에 찰랑거리는 소리를 내고있습니다. 가끔씩 다람쥐가 총총대며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싱긋이 지켜보는 중이었습니다. 평화. 이 단어가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렇구나.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는 것. 아무리 비가 그칠 것 같지 않게 계속되는 가 싶어도 시작이 있으면 마침이 있듯 그 이후에 다가오는이 환한 햇살과의 만남은 이처럼 황홀한 기쁨과 평화를 누리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 평화스런 마음이 연장되어 주위의 사람들에게 마냥 웃음을 보내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의 언저리에 머물게 했던 사람들을 기억해 내었고, 먼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배려가 가져다 준 행복한 시간을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봄이 가져다 준 선물이라 생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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