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속담의 산 증인이 됐습니다.”
43세의 나이로 지난 13일 세인트 존스 약대를 졸업한 장화미(미국명 사라)씨. 올해 졸업생 가운데 최고령(?)이었지만 우수한 성적으로 엘라이-릴리 어치브먼트 어워드 골드메달 수상자 2명 중 한 명에 선정돼 자랑스런 금메달을 목에 걸고 졸업식장을 나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졸업만 해도 다행이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성적(학과목 평점 3.83)으로 졸업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장씨는 약대 6년 과정의 첫 3년을 전과목 ‘A’ 성적 행진으로 이어나갔다. 밥하고 빨래하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월마트 장학생
과 머크&컴퍼니 장학생에도 선정됐고 6년 전과정을 우등생으로 장식하며 진정한 한국의 아줌마 파워를 보여준 것이다.
1988년 결혼과 함께 이민 온 장씨가 뒤늦게 다시 대학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젊은 시절 열심히 공부하지 못했던 때늦은 후회와 학업에 대한 미련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의대 진학에 실패한 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화학과에 진학해 졸업까지 했지만 당시에는 전혀 공부에 열성을 갖지 못했던 것.“마흔을 앞둔 늦은 나이에 다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두려움도 앞섰지만 스무 살이나 어린 동급생들과도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만큼 학교생활이 너무나 즐거웠다”는 장씨는 학교의 배려 덕분에 풀타임으로 수강하면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은수(브롱스 과학고 11학년)·혜수(MS 74 6학년) 등 두 딸의 등·하교 픽업까지 할 수 있었다고.
장씨는 이 달 말 약사고시 1차 시험을 치른 뒤 7월부터는 베스 이스라엘 메디컬센터에서 레지던시를 시작할 예정이다. 단지 4명만 뽑는 레지던시 과정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히 쟁취해낸 장씨는 앞으로 암과 영양학 분야의 전문약사과정을 밟아 대학 강단에 서보겠다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장씨는 “학업 스트레스를 모두 받아주며 묵묵히 외조에 힘써 준 남편(한윤성·에델콤 컴퓨터 대표)과 공부하는 엄마를 둔 탓에 어느새 자립심이 강해져 엄마의 잔소리가 더 이상 필요 없을 만큼 훌쩍 커 버린 두 딸, 그리고 기도로 열심히 응원해준 시댁식구들이 없었다면 현재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다”며 모든 공을 가족들에게 돌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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