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방송인>
사람이 살면서 할 수 있는 말 가운데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말과 아프게 하는 말로 나눌 수 있다면 얼마만큼 그 분량을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을 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물론 형편과 사정에 따른 상대적인 것임을 알고 자신의 일반적인 삶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거지만 가능하면 좋은 말로 다스리는 편이 낫다는 데에 의의를 제기할 수는 없으리라 여깁니다. 지난 주 남가주 지역의 살인 사건 기소 뉴스를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 전하면서 새삼 가정을 지킴에 필요한 요건들을 되새기고 자칫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하는 거였습니다.
사랑을 기초로 해서 세워진 가정의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의 원인은 결코 큰 문제가 아니었을 거란 생각입니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 그로 인한 섭섭함이 마음에 홈을 파기 시작하면서 상대를 향한 냉소적인 언어가 시작되고 그것이 분노를 키우면서 증오를 낳게 되는 것은 아닐지. 다른 관계도 아닌 서로 인생을 함께 하기로 한 부부 사이는 가장 수치스러운 부분까지 나눌 수 있는 가까운 사이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더 쉽게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단 사실을 지나치고 있는 듯 합니다. 별것 아닌 제스처나 억양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까닭은 다름아닌 사랑하는 관계이기 때문인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텐데요. 눈빛 하나에도 가슴을 떨고 작은 미소에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평소와 조금만 달라진 태도를 보여도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요. 살면서 어떻게 그처럼 피곤하게 사랑타령만 하겠느냐고, 살다 보면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으시겠지요. 그런 것 쯤이야 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이 그 이해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어쩐지 불안하다 느끼면 누구든지 자기보호 본능에 따라 일단은 방어벽을 세우게 되고, 또 그 벽은 사람의 말을 그대로 담게 하지 않고 한번은 걸러내어 자신 위주의 새로운 말로써 재구성을 하게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본질은 저만치 물러나 있고 곁가지의 엉뚱한 일들로 원래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다툼과 소모적인 싸움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을 자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순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나 서운함을 한 발짝 물러나게 하는 여유는 어떻게 얻어지는 걸까요. 행복하게 하는 말을 가능하면 더 많이 하면서 살 수 있는 지혜는 어디에서 옵니까. 사랑해요. 그냥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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