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는 미국에서 알아주는 명문이다. 이 학교는 또 전국에서 자살하는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의 하나다. 지난 10여년 동안 10명이 넘는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엘리자벳 신(19)양도 그 중 한 명이다.
신양은 2000년 4월14일 자신의 기숙사 방에 불을 질러 타죽었다. 뉴욕에 살고 있던 신양의 부모는 바로 전날 라면 등 먹을 것을 사들고 학교를 방문,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나 전화해라”며 헤어졌지만 아무 낌새를 채지 못했다. 딸이 조금 피곤한 기색은 보였지만 학업에다 클라리넷 연주 준비에다 펜싱 레슨에다 학교생활이 바빠 그러려니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나 신양은 이미 그 때 칼로 가슴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카운슬러와의 면담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딸과 만난 지 하루만에 신양 부모는 학교 당국으로부터 딸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중태라는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다. 신양은 며칠 후 사망했다.
그 후 2년 뒤 신양의 부모는 학교 당국과 정신 상담원을 상대로 2,700만달러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가 부모 대신 신양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화재가 났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신양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 5월1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재판은 신양 부모가 비공개합의금을 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학교 당국이 학생 자살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경력이 있는 학생은 정학처분을 내리는 학교가 늘고 있다. 일단 정학상태에 들어가면 학교는 학생을 돌볼 책임이 없어지는 탓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소송사태가 멎을 것 같지는 않다. 정학처분을 당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정신 상담을 받았다고 정학처분을 내리는 학교도 잘못이지만 학생이 자살했다고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부모도 문제다. 학교 당국이 수만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을 일일이 체크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년 1,100명의 대학생이 자살하며 자살은 자동차 사고에 이어 대학생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대학생들이 의외로 많으며 특히 명문대에 다니는 이민자 자녀들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학업에 대한 심한 압력을 받는 데다 미 주류사회와 줄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학에 진학한 후 남다른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은 이들만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95~2000년 정신 상담을 받는 MIT 학생 수는 63%가 증가했으며 전체 학생의 12%가 1주일에 5번에 상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학부모의 교육열은 남다르며 그것을 꼭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높은 교육열에 따르는 부작용도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자녀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해야 하는 게 좋은 것인지, 정말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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