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국거지란 말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IMF 바로 전이다. 80년대 이후 다행히 한국경제와 시민들의 생활향상으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며 시작된 것이 바로 미국거지론이다. 한때 부러워하던 재미교포를 거지로 타도하며 느끼는 상대적 만족감의 천박함, 이 말처럼 한국인들의 섣뿔리 자만에 빠지는 성향을 한눈으로 보여준 것이 없을 것이다.
오는 6월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인들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걸 보며 그 생각이 다시 난다. 우리 민족의 지나친 무리 의식과 자기 도취 및 과시 경향이 세계의 눈앞에 다시 펼쳐질 생각에 요즘 한국인들이 외치는 IT 강국이니 한류열풍이 돌아보인다.
먼저 IT 강국론 -요즘은 일부 동포들이 한국은 “세계 제일의 IT 강국”이란 말도 서슴없이 한다. 과연 그런가.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 세계 제일의 최강국론은 인터넷 무선접속 보급율이 세계 1위로 높다는 데서 비약되었으나, 한국은 인터넷이 전자 정부, 정보 검색, 전자 편지 등 생활 유용의 도를 넘어 정신 생활과 오락문화가 인터넷 중독으로, 또 이를 악용한 각종 병폐 또한 으뜸가는 나라가 되었다.
진정한 IT 강국이란 정보기술의 일상화로 만인이 그 혜택을 누림이다. 미국에서 고도로 발달되어있는 각종 우편 지불체제에 비해 한국에선 아직도 대체로 은행에 가서 직접 입금한다. 우편물 처리 역시 미국에서는 ZIP 코드란 다섯 내지 아홉 숫자 활용으로 전국의 주소및 배달 과정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이 고속, 정밀 처리되고 있으나 한국의 우편체제는 아직도 한20년 뒤진 구식이고 느리다. 정유장에서 스스로 결제하는 셀프 서비스도 없다. 최근에 드러난 한국정부의 막대한 주민등록번호 정보 도난-유출 사건은 전산시대의 기초인 정보보안 체제도 없는IT 후진국 모습이었다. 비정상으로 높은 인터넷 사용율이나 최신형 쎌폰 보유율은 자랑이 아니다.
“세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은 어떤가. 한국의 많은 영화나 연예인들이 “겨울 연가”나 “대장금” 등을 통하여 아시아의 무대에 오른 것은 세계로 뻗은 한국이란 상표를 위하여 정말 잘 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축구한국, 드라마 한국에서 문화 한국으로 가는 멀고도 힘든 고개를 넘어야 한다.
사람들은 한국이 세계 제 11대 경제국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삶의 질에서는 경제국가의 꼴찌를 맴돈다. 여성들의 부진한 사회진출, 영어 열풍의 갖가지 퇴폐상, 어이없는 부정부패, 상식을 넘어선 과격한 대립일로의 각종 단체 투쟁 등, 겸허한 태도로 현실을 직시하면 아직도 들끓는 성장기의 나라이다. 교포사회도 비슷하다. 우리가 한류열풍을 외칠수록 이런 모습이 더 두드러지고 해외 언론에 보도된다.
그럴수록 재외동포들의 성숙한 문화인으로서의 모습이 더 절실하다. 우리의 요란한 모습이 너무 앞서감이 아쉽다. 경제력이 늘어감에 자타의 문화를 찾고 배우고 보여주는 아름다운 문화인으로서의 우리의 모습이 보고 싶다. 청결하고 아늑한 한인타운의 모습, 겸손하고 정겨움이 느껴지는 한인들의 모습 등을...
한류를 외치기 전에 저들이 먼저 외치게 해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짧은 한자 실력이나마 그들의 이름을 물어 써보아주며 뜻을 음미해보라. 그들은 곧 감탄하며 다른 것들을 가르쳐주고, 이내 자기가 아는 만큼의 한국을 칭찬해 준다. 심지어는 한국인들이 참 아름답다, 말도 자기네 말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칭찬도 한다. 타인종을 만났을 때 그들의 인사나 언어, 풍습 등을 몇 가지만 물어보라. 천지가 뚫리고 마음이 열리는 걸 볼 것이다.
유월의 월드컵은 다시 한번 우리의 모습을 세계에 드러내는 때이다. 지건 이기건 열정적이고 여유있는 모습이 될까. “더 보완할 것이 없다”는 자만심 대신 (박지성), 최선을 다하는 열정, 져도 보람을 느끼고 당당할 수 있는 자긍심 – 그런 여유있는 모습이 한류에 실려야 한다. 우리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고개는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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