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숙<방송인>
지난 주말, 딸아이가 소속해 있는 수중발레 팀과 함께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 새크라멘토엘 다녀왔습니다.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 잠자고 있는 어린 아이 셋을 깨워 차에 싣고 마실 물이며 과일과 스낵을 챙기면서 시작된 미니 휴가는 나름대로 한 가득 재미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미국생활,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까닭에 제대로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지라 시합을 핑계로 온 가족이 나들이하는 것이 신이 났던지 어린 아들 둘은 연상 떠들고 싸우고 낄낄대고 그러다가 다시 싸우고를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좀 조용히 말하면 안될까? 아무리 야단을 쳐도 잠시 뿐, 곧바로 이어지는 볼멘 소리의 합창은 어휴, 웬수가 따로 없네 하는 푸념과 동시에 찾아오는 웃음이었지요. 사는 게 원래 그런 거지 뭐. 날마다 햇빛일 까, 다투고 엉겨 붙으면서 서로 형제간의 정을 쌓는 것 아니겠어? 그냥 놓아둘 수 밖에…
이렇게 말하며 두 시간 걸리는 길을 달려간 것입니다.
새크라멘토는 SF와 비교해서 조금 더 더운 듯 했습니다. 한낮의 꽃 향기가 저녁이 되면서 밤공기를 가득 채우며 넘실대는 도시. 아마도 자스민 향인 듯 싶었습니다. 모텔 귀퉁이에 있는 수영장에는 밤 늦게까지 아우성치며 노는 아이들의 고함소리로 시끄러웠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어차피 휴가인 걸요. 마음껏 속에 있는 즐거움을 발산하도록 내버려두는 여유가 충만했습니다. 가끔 생활의 이런 여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늘 총총대며 스케줄에 뛰어 다니는 것과는 반대의 모습을 나름대로 용납하고 싶었습니다. 이튿날 다시 새벽부터 수영 시합에 참여해야 할 딸아이는 억지로 잠자게 했지만 말입니다.
늘 경쟁하듯이 시험과 엄격한 규율에 익숙해져 있는 제 자신의 사고방식과 많이 다른 미국교육 사고방식에 어떤 것이 나은 걸까 가끔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칭찬을 위주로 하는 미국 교육법과 담금질을 위한 비판을 우선하는 한국 교육법의 차이라든 지. 시합에서 이기고자 하는 승부근성을 북돋우는 한국 습성과 우선은 즐겁게 해야 한다는 미국식 사고의 차이는 근 사십 여년 간 몸에 배인 비판적, 승부적인 제 사고 방식과는 거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시합이 끝나고 시상을 하는 자리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음에도 즐겁게 했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대답하는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 지 여부를 고민하는 제가 오히려 멍청해 보이는 건 무슨 조화입니까. 인생사 너무 이기고 지는 것에 걸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즐거움을 누리는 법을 먼저 배우는 아이에게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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