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한국학교 교사>
사람들은 종종 무서운 세상이라고 한다. 도대체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다면서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도 한다. 과연 세상은 그렇게 무섭고 절망적이기만 한 것인지, 듣고 있으면 나도 덩달아 사는 맛이 떨어지곤 한다.
어릴적 즐겨본 만화영화에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 백작이 나온다. 얼굴의 반쪽은 천하 늠름한 남자이고, 나머지 반쪽은 천상 요염한 여자의 모습을 한 요괴.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수라백작의 이중적 모습은 우리의 내면뿐 아니라 참으로 이 세상 모습과도 닮았다 싶다. 세상에는 많고도 많은 종류의 두갈래가 존재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 많은 것들을 모두 운운할 마음은 없다. 나는 단지 그 중, 내가 본 고운결의 한 갈래만을 그저 얘기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러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소위 장애 아이들 그룹이 따로 점심을 먹으러 온다. 그 중 자폐아인 사내 아이가 있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대략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몸집이 아주 자그마한 아이다. 때로 녀석의 행동이 너무 천진스러워 자연스레 눈길이 가던 아이였는데 가끔씩 이 아이의 심사가 뒤틀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따라붙는 전담 교사가 아주 혼줄이 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째지는 소리에 돌아보니 그 아이였다. 뭔가에 잔뜩 화가난 듯 앞에 있는 런치백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전임교사를 배려하는 마음에 일부러 모른척해 주었고 나 또한 민망해 줄곧 내 하는 일에만 눈길을 주고 있었는데 그토록 등등하던 아이의 기세가 순식간에 꺽여버린 것이다. 전담교사가 무슨 조치를 취했겠지 싶어 돌아본 그곳에서 난 예상 밖의 장면을 보았다. 이름 모를 한 작은 아이가 그 아이를 보듬어 안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연신 등을 토닥여주며.
화가 났던 아이는 마치 엄마품에 안긴듯 그렇게 한동안 안겨 있었고, 이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얌전히 앉아 포크를 집어 들었다. 순간 내 코허리께가 싸~해져 왔다. 평소에도 눈물의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 듣곤하는 주책을 부릴까봐 괜시리 두리번거리는 내 시야에는,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제 점심 먹기에만 여념이 없는 아이들이 보였고, 조금 후 그 사이를 헤집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그 작은 아이에게서 나는 절대자의 사랑을 보았다. 그리곤 그 아이의 부모가 누굴까 참으로 궁금해졌다.
내 상식 밖의 사람들을 나는 가끔 만난다. 내 상식이라는게 각박한 세상기준에 맞춰져 있기에 상식 밖이라는 것인데, 그것이 상식 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별게 아닌 그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런일은 슈퍼에서 계산하는 중에도, 차를 타고 가는 중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아주 작은 찰라에 아주 사소한 일에서 만난다.
그들이 모두 내 소중한 이웃들이다. 그들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아가는 시간의 공유함이 기쁘고, 결코 적지 않은 그들을 통해 비쳐지는 절대자의 사랑이 있기에, 난,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 만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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