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나무 3만그루, 10여 년 간 50만그루 심어
에너지 절약형 빌딩 200여곳 옥상에 녹지대 조성
주민 증가… 관광 산업 부흥 연간 90억달러 규모
“살고 싶은 쾌적한 곳” 보잉 본사 시애틀서 옮겨
시카고에는 요즘 나무 심기와 보호가 한창이다. 도시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나무를 옮겨다 심고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껍질로 뿌리 위를 덮어준다. 연간 약 3만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스테이트, 디어본, 미시간 등 시카고의 주요도로 주변에는 새로 옮겨 심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늦은 봄의 분위기를 활기찬 색깔로 뽐낸다. 시카고에 주택, 상점, 사무실 빌딩을 신축하려면 반드시 녹화사업 규정을 엄수해야 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나 앞마당은 식물들로 파릇파릇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형 빌딩 200여개의 옥상에도 식물이 가지런히 심어져 있다.
24.5에이커에 조성한 밀레미엄 공원
매년 시민·관광객 400만명 발길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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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호단체인 시에라클럽과 개발주도단체인 시카고상공회의소가 모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카고의 경제발전이 환경보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추진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다. 사실 시카고의 녹화 노력은 이미 10년간 지속돼 왔다.
이 기간 시카고의 녹화 노력은 괄목할 만한 베니핏을 가져다주었다. 다운타운에 수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부동산 붐이 일었다. 주택 신축이 활발했다. 빈곤층이 줄었다. 관광 관련 산업이 연간 90억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시카고를 미국의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바꾸었다.
시카고 녹화는 리처드 데일리 시장의 이니셔티브로 시작됐다. 1989년 시장이 된 데일리는 네덜란드 느릅나무 병 등으로 삭막해진 시카고를 ‘울창한 숲 속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5선 시장이 된 데일리의 ‘투쟁’이 이제 결실을 맺은 것이다.
녹화는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됐다. 생태계를 뒤흔들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다. 자연자원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건물신축 시 환경 친화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했다. 데일리 시장의 캠페인은 그저 시카고를 푸르게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는 시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주민들의 요구에도 부응한 것이다. 도심에 사는 기업인이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도심이 단순히 일터에 머물지 않고 주거 공간으로서의 조건도 갖추어주길 원했다. 즉, 환경과 경제를 연결시키고 환경보호가 경제발전에 직결되도록 한 것이다. 조경사업을 하는 크리스티 웨버는 녹지화 정책으로 인해 연간 1,300만달러 규모의 조경사업이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웨버는 데일리의 녹화 캠페인을 어엿한 경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시카고는 지난 10여년 간 나무 50만그루를 심었다. 전국에서 최고 에너지 절약형 건물들을 건축했다. 이러한 건물을 짓는다고 하면 건축 허가를 신속하게 내주었다. 커뮤니티를 리모델링하고 공원을 깨끗이 하는 데 연간 6억달러를 투입했다. 그리고 시 정부가 소비하는 전기의 20%는 재활용 자원으로 충당했다. 버려진 건물이나 집을 새로운 이브니스로 오픈하도록 했다. 활기를 불어넣었다.
정책연구기관인 네이버후드 테크놀러지 센터 창립자 스캇 번스타인은 데일리 시장 이전과 이후를 “시카고의 밤과 낮”으로 비교했다. 데일리 시장이 녹화 캠페인을 본격화 한 것은 1996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던 때. 시카고에 전국의 시선이 집중됐었다. 시카고는 도시 미화 차원에서 팔을 걷어 올렸다. 나무와 꽃을 심고 가로등에 꽃바구니를 걸었다. 주택가에는 정원을 잘 가꾸도록 촉구하고 실제 시 정부차원에서 이를 선도했다. 2001년 보잉이 본부를 시애틀에서 시카고로 이전했다. 보잉 경영진이 시카고에서 살고 싶어 해서였다. 데일리 시장은 시청을 ‘녹색지붕’으로 바꾸었다.
2000년 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시카고의 변신은 놀라웠다. 주민이 11만2,000명이나 늘었다. 194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운타운 주민은 1990년대 1만6,000명이 증가했다. 시카고 주민들은 데일리 시장으로 업적 가운데 밀레니엄 공원 조성을 손꼽았다. 24.5에이커에 4억7,500만달러를 들여 조각품을 설치하고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었다. 미시간 애비뉴를 따라 신흥개발지구가 형성됐다. 시카고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곳이다.
밀레니엄 공원은 당초 예산보다 3배나 많은 돈을 잡아먹었고 조성기간도 길어져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역사’임에 틀림없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던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고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 지역으로만 여겨진 곳을 지상 녹지대로 만들었다. 이 공원은 연간 400만명이 찾는다. 인근 주택 건설의 25%가 바로 밀레니엄 공원 덕으로 조사됐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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