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정 현<새크라멘토>
신록의 유월 싱그러운 초여름의 이 유월에 자연이 좋은 사람은 산으로 들로 떠나고, 부모 형제 옛친구 옛고향이 그리운 사람들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 모두가 그리워도 몸이 메인 사람들이나, 무작정 노래가 좋은 사람들은 고운 옷 차려입고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으로 SF 교향악단의 전당으로 모여든다. 조수미의 독창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모여들었다. 더러는 멀리서 더러는 가까이서, 가족과 부모님과 혹은 친구와 더불어 오랫동안 설레이던 마음을 안고 마치 축제에나 가는 듯이 들뜬 기분으로 모여들었다. 그날 저녁 주차장을 찾던 나는 잠시 여기가 한국인가 하는 착각에 빠졌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니 하나같이 한국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행선지는 하나! 조수미 독창회!
조수미의 새로운CD를 나올 적마다 모으고 독창회에도 가본 나지만 조수미의 노래는 듣고 들어도 늘 감동이다. 오페라 가곡, 우리 가곡, 민요, 미사곡 등 다양한 노래에 그처럼 때론 애절하게 때론 흥겨웁게 때론 성스럽게, 그러나 언제나 한결같이 아름답게 노래를 할 수 있는 소프라노가 얼마나 있을까.
한 15년전에 처음으로 조수미를 발견한 이후로 나는 여성 성악도 발견하였다. 전에는 예사로 모두 다 똑 같이 꾀꼬리처럼 들리던 소프라노 노래들이 이제는 누구를 들어도 아 이 가수는 음성이 너무 무겁구나, 이 사람은 가성이 힘겹구나 등으로 가수들의 음질에 대한 평가가 자꾸만 느껴지는 것이었다. 누구던가. 제일 최상을 맛본 사람은 그 이하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나는 조수미를 들으며 어느덧 여성 성악가 감상의 전문가(?)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날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수미의 신비한 매력의 백미는 이 세상 어느 소프라노도 흉내낼 수 없는, 가늘면서도 감정이 풍부하게 담긴 애절한 노래의 고음처리이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우리는 참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수미가 다행히도 우리 시대에 나서, 그의 생애 절정에 이런 절세의 노래를 직접 체험 할 수 있으며 또 가만히 앉아서도 두고두고 들을 수 있지도 않은가. 카루소나 질리 같은 옛시절의 명가수들의 노래가 당대에 그쳤다할 만큼 음질 보존이 열악한 걸 생각하면 우리 뿐 아니라 조수미 자신도 좋은 시대에 태어남을 잘 누리는 것 같다.
이번 독창회에는 운좋게 조수미를 만나 사진에 난생 처음으로 서명도 받아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딸은 그걸 평생 간직하겠다고 선언했다. 낮 1시에 집을 떠나 머나먼(?) 길을 갔다가 밤 1시가 넘어 집에 돌아왔지만 뿌듯했던 하루였다. 그녀가 다시 온다면 우리는 또 다시 먼길을 주저않고 달려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사가 끝나고도 로비를 서성이며 열띠게 감회를 주고 받는 걸 보면 모두 같은 마음인것 같다.
조수미... 그녀는 우리의 자랑이고 보배이다. 한 몇년 전에는 산호제 외곽의 이름없는 대학 극장에서 다소 쓸쓸하게 열려서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멋지게 열렸다. 그만큼 문화 한국이 성장하고 있다는 산 증거일까. 미국 한국일보 창간 37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에다 조수미의 오페라 20주년 자축하는 뜻깊은 기념이기도 한 이날 밤의 감동...
조국의 문화에 목마른 우리들에게 그 뜨거운 감동을 안겨준 조수미 본인에게, 또 서부문화의 심장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SF 교향악단 전당에서 행사를 당당하게 열어준 한국일보에게도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이렇게 주류사회의 한복판에서 열리는 우리의 문화행사들이 줄을 잇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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