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계 파동 기막한 사연 계원들 울려놓고 계주는 파산뒤 x배짱
#1 거동이 불편한 친정어머니, 초등학생 두 자녀. 남편과 남남이 되면서 홀로 살림을 도맡게 된 A씨는 자녀통학 때문에 주중에는 안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동안, 바쁠 때는 일요일까지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어느 레스토랑에 나가 일했다. 그렇게 해서 쥐는 돈은 팁을 합쳐 한달에 1,000달러 안팎. 여기다 극빈가정 보조금을 보태고 곗돈을 빼면 세식구 한달생활비는 300-500달러.
그러므로 계는 A씨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성복식품 여주인 이경숙 씨가 계주인 낙찰계에 든 그는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어 기왕이면 나중에 탈 요량이었다. 2만7,000달러가량 부었다. 졸라매고 쥐어짜서 꼬깃꼬깃 모아둔 돈 2만달러는 그 계주의 여동생에게 빌려줬다. 그러나 곗돈은 결국 남좋은 일만 시켜준 꼴이 됐다. 곗돈과는 상관없이 꿔준 돈이라도 돌려받으려고 했지만 한 레스토랑에서 같이 일하는 등 친하게 지냈던 이씨 여동생은 안면을 싹 바꿔 “(A씨가 꿔주면서 준 수표를) 언니랑 계산할 게 있어서 거기에 인클루드(포함)시켰으니까 언니한테 받으라”는 등 말도 안되는 딴소리를 했다. 계주 부부는 이미 파산절차를 밟은 뒤였다. 본전만 해도 총 4만7,000달러를 날리게 된 A씨는 우편으로 받은 파산처리 통지문만 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2 역시 식당에서 일하는 이민 9년차 B씨의 꿈은 어떻게든 한푼두푼 모아 작은 그로서리마켓이라도 장만할 밑천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은행이자는 거의 없다지, 그나마 세금을 뗀다지, 빠듯한 살림 속에서 외식 참고 나들이 잊어가며 모은 돈을 맡겨둘 출구는 계뿐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샌프란시스코 어느 식당 여주인 소개로 성보복식품 계에 들게 된 것을 운좋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어느때쯤부터 계가 깨졌다네 깨진다네 괴소문을 들었다. 설마설마 하면서 몇달을 더 붓다가 이상조짐 낌새를 차린 그는 우선 곗돈을 탈 생각으로 계주 이경숙 씨를 만나 통상이자보다 몇천달러 높은 2만7,000달러를 썼다. 이 씨는 “이자를 너무 많이 써서 안된다”는 희한한 이유로 거절했다. 속을 끓이던 B씨는 올해초 이씨의 남편을 만나 “곗돈을 받게 해달라”고 사정했으나 “와이프가 한다” “내 소관이 아니다”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3만4,000달러가량 날리게 된 B씨는 “애들 교육비로 썼다면 한이라도 없을텐데…”라고 울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3 계주 이씨의 남편이 한 “내 소관이 아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계원 C씨는 지난 4월 계주의 남편으로부터 자못 친절한(?) 제안을 받았다. 매달 곗돈을 내느라 오니가니 하지 말고 남은 18개월치를 한꺼번에 달라는 것이었다. 이자 2만달러를 쓰고 이미 곗돈을 탄 C씨는 어차피 낼 돈이고 다달이 오가는 것도 번거로워 2달치는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16달치는 수표 16장으로 나눠서 줬다. 계주 남편은 바로 며칠전 C씨엑 전화해 6월치 곗돈을 입급해도 되느냐고 물어왔고 C씨는 그러라고 했다. 본보 보도를 통해 그 계가 깨진 사실을 알게된 C씨는 부랴부랴 아예 계좌를 폐지했다. 계주 이씨 부부는 4월에 가게를 파산한 상태였다. 그래놓고도 나머지 18달치를 미리 달라 하고, 엊그제 입금확인 전화까지 하는 그 강심장에 혀를 내두른 C씨는 “알고보니 그동안 그사람들 생활비를 대준 꼴”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나머지 돈이라도, 못탄 계원들이 골고루 나눠가질 수 있도록 공동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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