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팬들은 독일월드컵의 첫 이변을 한국이 쏠 수 있도록 목이 터져라 응원에 나설 것이다. (위) 수퍼스타 (왼쪽부터) 티에리 앙리, 지네딘 지단, 클로드 마켈렐레 등이 버티고 있는 프랑스는 객관적으론 분명히 한국보다 한 수위인 강팀이다.
독일·잉글랜드 등 강호 승승장구 놀랄일 없어
한국이 프랑스 잡으면 독일월드컵 첫 이변
‘세계가 놀랄 첫 이변, 우리가 쏜다’
조별예선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현재까지 이번 독일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파란의 실종’이다. 매번 월드컵때마다 빠짐없이 나왔던 굵직굵직한 이변들이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02 한일월드컵 개막전에서 세네갈이 디펜딩 챔피언이자 당시 세계 1위였던 프랑스를 꺾은 것과 같은 ‘대형’ 파란은커녕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조그마한’ 이변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16일까지 끝난 첫 23게임 결과를 살펴보면 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각 조의 우승후보들인 독일(A조), 잉글랜드(B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C조), 포르투갈(D조), 이탈리아와 체코(E조), 브라질(F조), 스페인(H조) 등이 모두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국이 속한 G조의 프랑스만 탑시드팀 가운데 유일하게 첫 경기에서 비겼으나 상대였던 스위스가 유럽예선에서 두 번이나 싸워 모두 비긴 팀임을 감안할 때 무승부를 이변이라고 하긴 무리다.
가장 예측불허의 ‘이변다발지역’으로 예고됐던 소위 ‘죽음의 조’들도 조용한 모습이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몰린 C조는 접전의 예상과는 달리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가 ‘공식대로’ 2승을 챙기며 일찌감치 16강 레이스를 마무리지었다. ‘태풍의 눈’으로 지목됐던 코트디부아르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에 모두 1-2로 고배를 마시며 경험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이탈리아, 체코, 미국, 가나가 포진한 E조 역시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이탈리아와 체코가 가나와 미국을 각각 2-0, 3-0으로 일축하고 가볍게 승점 3을 챙겨 이후에도 파란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변이 나올 수 있는 매치업으로 지목됐던 H조의 스페인-우크라이나전은 이변은커녕 스페인의 무력시위장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결과 중 굳이 이변을 고르라면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스웨덴과, 앙골라가 멕시코와 각각 득점없이 비긴 것 정도인데 무승부를 이변이라고 하기는 뭔가 격이 떨어진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는 프랑스-스위스전까지 합쳐 3번의 0-0 무승부가 가장 놀라운(?) 결과라는 말이니 ‘이변없는 대회’라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변이 없었다고 앞으로도 계속 이변이 없을 수는 없다. 세계가 깜짝 놀라는 이변은 반드시 어딘 가에서 터져나온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후보 매치업 중 하나는 바로 오는 18일 정오(LA시간) 라이프치히에서 펼쳐지는 한국 대 프랑스의 한판승부다.
프랑스는 세계 엘리트팀들 가운데는 다소 특이한 팀이다. 다비드 트레제게나 루이 사하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벤치를 지킬 만큼 호화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지네딘 지단이라는 걸출한 지휘관을 보유하고도 팀 조직력을 걱정할 만큼 이상하게 구심점이 없다.
예술적인 아트사커를 구사한다고 하지만 1998 프랑스월드컵 당시와 비교하면 아트사커의 ‘아름다움’은 훨씬 떨어지고 대신 ‘아름다운데 비해 허약한’ 약점이 뚜렷하다. 스피드가 빠르다고 하지만 스피드를 활용하겠다는 투지는 항상 나오지 않는다. 한국과 같은 팀이 벌떼처럼 달려들 때 초반에 월등한 기량으로 기선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갈수록 압박에 무너질 가능성이 많은 팀이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 프랑스를 이변의 제물로 속단할 순 없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는데 프랑스는 세계적인 팀이고 분명히 한국이 이기기 어려운 강팀이다. 하지만 경기결과가 객관적 전력에 따라 좌우된다면 ‘이변’이란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변은 언제나 있으며 이번 월드컵에선 그 첫 주인공이 한국이 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제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과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것뿐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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