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에겐 정체성, 기성세대엔 자신감 높이는 계기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월드컵’이라며 지나친 상업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그렇다면 월드컵은 대체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본국과 해외를 막론하고 또한 축구를 좋아하고 안하고를 떠나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월드컵대표팀이 16강 진출은 물론 나아가 기적과도 같은 4강의 신화를 다시 한번 이어가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특히 해외에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에게 있어 ‘16강 진출’ 또는 ‘4강 신화의 재현’만큼이나 월드컵은 ‘축구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합동응원장을 찾은 부모들은 한결같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는데 이만한 산교육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본국의 청소년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겠지만 특히 해외에서 1.5세, 2세 자녀들과 살아가는 동포들에게 있어 월드컵은 보다 ‘각별한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합동응원전에서는 이처럼 부모들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뿐 아니라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에 이르는 한인 젊은이들이 추축을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한국 신문이나 언론을 접하는 일도 적으며 한인사회의 일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어 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문화와 틀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토고와 첫 경기가 열리던 지난 13일 새벽, 이들은 어떻게 알고들 왔는지 쌩쌩한 모습으로 합동응원장 관객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목청 높여 응원했으며 18일 프랑스전에서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한인 젊은이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월드컵 응원전이 바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긍지를 높이는 산 교육의 현장’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2월드컵 이후 기성세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우리도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 월드컵은 우리의 자녀들뿐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미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동포들은 소수민족으로서 알게 모르게 특히 서양열강들에 대해 주눅이 들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이란 구호는 웬만한 외국인들도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앞선 IT기술과 한류 열풍과 더불어 한국을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가 됐으며, 특유의 열정적이면서도 질서정연한 응원문화는 한국에서 관광상품화 되고 있다.
이는 같은 아시안 중에서도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문화이자 세계인이 한국 축구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내는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즉 한국과 한민족은 ‘경기장 안’에서의 승리와는 별개로 ‘경기장 밖’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긴 안목으로 볼 때, 한국팀의 16강 진출보다 4강 신화의 재현보다 더 값진 승리이자 성과라 할 수 있다.
남은 월드컵 응원전에서도 게임의 승패를 떠나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 세대와 더불어 활기찬 응원전을 함께 펼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바로 ‘경기장 안에서의 승리’보다 우리에게는 그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승리’가 되어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김철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