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대학진학? 고교졸업도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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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넛크릭의 4년차 ‘기러기엄마’ K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자녀 둘(딸과 아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키겠다고 중소기업 임원인 남편만 남겨놓고 앞당겨 미국으로 왔는데 정작 맏딸이 대학은커녕 고교졸업장도 못받게 생긴 것이다. 물론 재시험기회는 주어져 있지만 어깨가 처질 대로 처진 딸을 보며 K씨는 한국이라면 고교졸업장만은 보장되는데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갓 고교생이 된 아들도 학업이 안심할 처지가 못돼 차라리 한국으로 U턴을 해야할까보다고 생각중인 K씨의 쓰린 속도 모르고 한국의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얘들 스트레스 안받아서 좋겠다”는 등 속절없이 부러움섞인 전화를 걸어올 때면 더욱 미칠 지경이다. 몇번은 안그런 척 얼버무렸던 K씨는 요즘들어 혹시 신세를 질까봐 그런다는 오해를 무릅쓰고 이곳 실정을 얘기해주며 “함부로 오지 마라”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둘째치고 고등학교 나가는 것도 힘들다”고 뜯어말리고 있다.
비단 조기유학생들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낳고 자란 학생들에게도 고교문턱은 이제 거저 넘는 문턱이 아니다. 졸업시험이 만만찮은 탓에 졸업장(하이스쿨 디플로마) 없이 고교를 떠나는 미완의 고교생들이 수두룩하다. 공부 잘하기로 소문난 아시아계 고교생들도 10명 가운데 2명은 졸업장 없이 교정을 나선다. 공식적으로 중퇴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재시험을 봐 통과되거나 한국의 검정고시와 비슷한 시험을 쳐 일반교양이수증(GED, 제너널 에듀케이션 디플로마)을 받지 않으면 대입자격도 고졸이상 학력을 요구하는 직장에 취업도 안된다.
콘트라코스타타임스지가 교육전문 ‘에듀케이션 위크’지에 실린 고교졸업율 현황보고서를 재인용해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02-03학년도 미 전역 고교생들의 졸업율은 69.6%에 불과했다. 고교과정 이수자 10명 중 3명이 그야말로 ‘졸업장 없이 무늬만 고교졸업생’이 됐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동안 캘리포니아의 경우 졸업율은 71.0%.
캘리포니아로 범위를 좁혀 따진 인종별 통계에서는 한인 등 아시아태평양계의 졸업율이 가장 높기는 했으나 81.3%에 불과(?)했다. 졸업시험 낙방율이 20% 가깝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태평양계와 뒤섞은 통계 때문이라고 안심하기에 앞서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들과 학부형들도 고교졸업시험을 통과의례쯤으로 보는 시각을 교정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아태계에 이어 백인고교생 졸업율이 76.8%로 2위로 집계된 가운데 라티노(60.1%) 흑인(55.7%) 인디언(원주민, 44.9%) 순이었다. 한편 이스트베이지역 학군별 통계에서는 신교육1번지로 통하는 산라몬밸리통합학군의 경우 93.6%로 가장 높았고, 마운트디아블로학군(87.2%)이 캘리포니아주 평균치를 상당폭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앤티옥학군은 주평균치와 엇비슷한 81.5%, 웨스트콘트라코스타학군은 76.4%를 기록했다. 오클랜드학군은 고교졸업율이 반타작도 안되는 48.4%에 그쳐 ‘떠나가는 학군에서 돌아오는 학군’으로 만들기 위한 시교육당국의 노력이 이렇다할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음을 수치로 보여줬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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