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자영업>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에게는 미술시간을 위해 도화지 한 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꿈이었다. 어느 날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져서 귀하디 귀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다 옆 친구의 그림과 나의 것과 비교를 하니 정말 도화지 한 장만 더 있으면 다시 그리고 싶었다. 나의 것은 형편없어 보이고 다른 친구의 것은 색갈이나 구도나 주제가 나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이런 열등의식은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잠재의식 속에 남아 꿈에서 안타까움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잘 못 그린 그림이 학창 때 끝난 것이 아니라 그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인생이란 그림이다. 한 장의 도화지 여유가 없어서 다시 그릴 수 없었던 것처럼 한 번 주어진 인생은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잘못 스케치된 삶을 하얗게 지워 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아주 까맣게 만들어 어느 것도 눈에 뜨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도화지를 뒤집어서 다시 그리듯 나의 인생의 어두움 뒤에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을 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서쪽에 펼쳐있다 점점 어두운 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어두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순간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콧노래가 흘러 나왔다. 왜냐하면 어두움은 잠시의 침묵으로 다른 하루를 잉태하는 것이란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인생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이 들자 어린 아기 분 내음 같은 은은한 향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내일을 출산하는 어두움의 산고는 잠시일 뿐……. 오히려 어두움으로 인해 새 날을 맞는 기쁨이 커질 것임을 노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지난 날의 어두움은 바로 오늘 나를 부축 이는 주춧돌들임을…… 이제 새 날을 그릴 수 있으니까!
- 저녁노을 -
원망의 장면도 아픔의 장면도/ 숨가쁜 장면도 버거운 장면도/ 모두 감싸 안은/까아만 휘장의 막이/서서히 내리며
대 홍수 후/약속을 상기시키려는 듯/ 몇 가지 무지개의 빛깔들로/ 화면을 물들이고/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는/영상을 띄우며/ 불그스레한 고운 사연의/서곡을 담아
내일의 예고편을/아주 가만 가만/귀띔해 주며/조금씩 조금씩/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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