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스위스전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한인 응원단 2천여명이 몰려 있던 애난데일 노바 체육관에서는 막대풍선을 밟아 터뜨리는 소음들이 이어졌다. 16강 진출 실패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분통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서도 한인 젊은이들은 바로 장내 정리를 시작, 경기 종료 뒤 10분도 지나기 전에 체육관은 ‘2천여명이 세 시간 동안 난리를 치른 곳’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히 청소돼 있었다.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한인들의 자세는 의연한 현장이었다.
토고를 이기고, 프랑스와 비기면서 절정을 향해 치달은 한인들의 월드컵 열기는 스위스전 패배로 한순간에 좌절됐지만, 주말이 지나면서 한인들은 완전히 정상을 되찾아 ‘놀라운 상황 적응력’을 또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인 직장여성 송 모(28) 양은 24일 “그 동안 근무 시간에 월드컵 경기가 방송돼 일손이 안잡혔는데, 이제 한국이 탈락하니 아쉽긴 하지만 마음은 오히려 안정된다”며 월요일부터 시작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나간 축제를 아쉬워할 것만이 아니라 ‘축제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의 세 경기 중 두번 자녀들과 함께 단체응원에 참가했다는 훼어팩스 거주 김모(44)씨는 “아이들에게 한국의 정신과 문화를 알려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그러나 응원만으로는 이길 수 없으며,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강 진출 실패의 원인을 심판 등에 돌리지 않고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이번 대회를 통해 두드러진 현상이다.
센터빌의 차 모씨(35)는 “스위스전이 끝난 뒤 한국 인터넷들을 돌아보니 비난과 저주의 목소리보다는 한국 선수들의 노력을 칭찬하고 서로 격려하는 글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한국인들의 수준이 확실히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이번 월드컵의 의미를 ‘16강 진출 실패’라는 좁은 차원으로 낮출 게 아니라, 실력을 키우고 그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게임에 임하고 즐기는 생활태도를 한인사회에 정착되는 계기로 승화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통해 고양된 한인들의 유대감과 시민의식이 이제 단체응원장에서 일터와 학교 등으로 옮겨져 맘껏 발휘돼야 한다는 지적들이다.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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