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도 고통스러웠던 모양이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우열을 가리기엔 전후반 연장전 120분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은 두 팀의 승부는 결국 잔인한 승부차기에서 판가름났다.
양팀의 첫번째 키커인 올리버 뇌빌(독일)과 훌리오 크루스(아르헨티나)는 실수없이 골을 넣었지만 두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엇갈렸다.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가 킥을 성공시킨 반면 아르헨티나의 로베르토 아얄라가 찬 공은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에게 막혔다.
세번째 키커인 포돌스키(독일)와 로드리게스(아르헨티나)도 나란히 킥을 성공시켰지만 옌스 레만은 아르헨티나의 4번째 키커인 캄비아소의 슈팅을 막아내 기나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고, 독일의 4강행을 이끌었다.
1일(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8강전. ‘미리보는 결승전’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빅 매치는 승부차기에서 4-2로 앞선 독일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부차기로 승패가 엇갈린 것은 스위스-우크라이나의 16강전에 이어 이번대회 두번째다.
경기 초반은 헛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고수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균형을 이뤘다. 답답할 정도로 신중했던 양팀의 공격 물꼬를 튼 것은 ‘중원사령관’ 후안 리켈메(아르헨티나)와 미하엘 발라크(독일)였다.
리켈메가 먼저 자로 잰 듯한 패싱 능력을 뽐냈다. 후반 4분 오른쪽 측면에서 쏘아올린 코너킥을 골에어리어 정면에서 몸을 날린 수비수 로베르토 아얄라가 머리로 받아넣었다. 등번호 10번을 이어받아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리켈메가 이번 대회 4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순간. 독일로선 클로제가 순간적으로 아얄라를 놓친 게 뼈아팠다.
지나치게 수비에 치중,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했던 독일에겐 발라크가 있었다. 후반 35분 오른쪽 측면에서 발라크가 띄워준 크로스를 포돌스키가 헤딩 패스로 연결했고, 골 에어리어 왼쪽에 있던 클로제가 머리로 마무리했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던 클로제로선 실수를 만회한 셈. 이번 대회 5호골로 득점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킨 천금 같은 슈팅이었다.
10분만 버텼으면 ‘거함’ 독일을 격침시킬 수 있었던 아르헨티나는 후반 27분 리켈메를 너무 일찍 뺀 데다 설상가상으로 골키퍼 아본단시에리가 부상으로 교체된 것이 아쉬웠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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