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공예가>
이 여름을 우리와 함께 보내기위해 시아버님과 시어머님께서 먼 길을 비행기를 타고 오셨다. 미숫가루, 청국장가루, 홍삼액기스, 멸치, 말린문어, 고춧가루등 참으로 많은 것들을 우리들을 위하여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한 것을 하나 더 들고 오셨는데, 그것은 어머님이 직접 그리신 난이다. 멋있게 표구한 것을 겹겹이 포장을 하여 애지중지하며 들고 오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기도 하시고, 큰 아들네 집에 가지고 갈 작품을 그리셨다고 한다. 난의 균형미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작인 첫번째 잎의 힘찬 뻣침, 그리고 그 시작점을 다르게 하되 위로 올라가다가 봉황새 눈모양을 하며 땅으로 내리 꼳이는 두번째 잎, 그런 순으로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 잎들을 그 새벽에 온 마음을 들어 하나씩 그리셨겠지. 하나의 삐침이나 흐트러짐이 없는 완벽한 작품보다, 어머님의 설명처럼 다른 것들은 다 잘 되었는데 끝에 어설피 올라갔다는 마지막 잎새가 더 정겨워 보인다 . 멋있는 난과 함께 먹의 농도를 다르게해서 그린 예쁜 꽃과 난의 향기가 멀리까지 풍긴다는 뜻의 淸香自遠(청향자원) 이라는 글귀가 있고, 그 아래는 어머님의 호과 낙관이 찍혀 있었다.
아이들은 그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니까 그냥 ‘ COOL!’ 이라는 짧은 표현을 하고 끝내 버렸지만, 그 먹물이 한번 묻으면 얼마나 안 지워지는지 아는 나는 그냥 그렇게 한마디로 감상이 끝나지지가 않았다. 우리들 아이들 만할때와 조금 커서까지 붓글씨를 배웠었는데, 커다랗게 신문지를 펴 놓고 가로긋기, 세로긋기만 얼마를 해 대었던지. 신문지 몇장을 그렇게 줄긋기만 하다보니 내 생각에는 그만 해도 될것 같았는데, 아직도 멀었다는 선생님말씀에 그 신문지가 점점 커 져서 방만해 보였던 기억이 아직도 붓글씨를 새로 배워 예쁘게 써 볼까 하는 기대를 멀찌감치 날려 보낸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四君子라 부른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타내기도 한다는데, 배우는 순서는 제일먼저 난을 배우고, 대나무, 매화, 국화순이라고 한다 . 어머님께서는 계속 배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께서 매화를 그리실 때쯤에, 그림과 함께 넣어 주십사 부탁드리고 싶은 글귀가 생각이 났다.
雜詩(잡시) 고향집 매화
王維(왕유)
君自故鄕來(군자고향래)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
來日綺窓前(래일기창전)
寒梅著花未(한매착화미)
그대 고향에서 오셨으니,
응당 고향소식을 잘 아시겠군요.
떠나오시던 날 우리 집 창문 앞,
매화나무 꽃망울 아직 이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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