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당 업주 옆 가게 불나자 물 퍼담아 진화
한 한인 일식점 주인이 문을 닫고 퇴근한 백인 의사가 운영하는 옆 치과에 불길이 치솟는 순간 물통을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불길을 잡아내 대형 화재를 막은 것으로 밝혀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 저녁 7시경 알링턴 하이츠 타운내 랜드와 윌로우길 교차로의 남동쪽 편에 위치한 피시 원 일식점 대표 유치봉(45)씨는 손님 50여명이 꽉 들어찬 가게 내에서 종이 타는 냄새가 스물스물 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씨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 고객들에게 큰 실례가 되지만 그들의 안전을 위해 천장까지 열고 세심히 살펴보고 30분 이상을 가게 주변을 돌며 원인을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업소 밖으로 나온 그는 바로 옆 치과 간판에서 연기가 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곧바로 911에 화재 신고를 하고 긴급히 손님들을 대피시킨 유씨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점원들이 올려주는 물통에 담긴 물을 퍼부으려는 순간, 간판에서는 본격적으로 불길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씨와 종업원들은 계속해서 물을 쏟아 부으며 삽시간에 바람을 타고 나무 지붕으로 번져나가려는 화염과 사투를 벌였다.
5분만에 출동한 소방차 10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유씨와 종업원들이 불길을 잡은 결과, 이 불은 대형 화재로 번지지 않고 쉽게 진화됐다. 손님들은 유씨에게“잘했다!(Nice job)”를 연발하며 박수갈채를 보냈고, 소방관들도“나무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매우 위험한데 미쳤냐?”며 유씨에게 허를 내두르면서도 그의 용감한 행동과 신속한 신고에 사의를 표했다. 이번 화재는 네온사인 간판이 과열로 인해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인 고객이 90%이상인 피시 원 스시집을 찾았던 손님들은 식사를 다하지 못했지만 식사값을 지불한 뒤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발길을 돌렸고, 손님들에게 미안한 유씨는 크레딧을 줄테니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뒤늦게 불이 날 뻔했던 자신의 치과에 도착한 발레리씨는 유씨를‘수퍼 히어로(Super hero)’이라고 칭하며“치과에는 고가의 장비가 많아 불길이 순식간에 매장을 휩쓸었으면 피해가 막심할 뻔했다. 훌륭한 한인 이웃을 둬서 정말 다행이고 그가 우리 치과에 오면 전액 무료로 치료해 주겠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1년 8개월 전에 현대풍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색다르고 신선한 일식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피시 원 스시집을 오픈했던 유치봉씨는“식당이 최근에서야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며“이제는 타운 시장도 단골 손님일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는 찰라에 일어날 뻔한 대형 사고를 막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긴박했던 순간이 지나고 다소 마음의 여유를 찾은 유씨는 자신의 식당이 입소문을 타는데 걸리는 시간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는지, 자신의 가게마저 불길에 휩싸였으면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배링턴에 사는 누나 차옥희씨의 얼굴을 어떻게 봤었겠느냐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환한 미소를 띠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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