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란<수필가>
나에게는 글 쓰기 이외에 작은 행복을 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음악이다. 나는 문학 다음으로 음악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데, 문학과 음악은 내가 외롭다고 느꼈을때부터 오래도록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좋아하는 드라마 주제곡이나 영화 음악의 피아노 악보를 구하게 되면, 산 중에서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마냥 기뻐하며 집에서 틈틈히 연주하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떠 올리며 혼자 즐거워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제곡들은 하얀 설원에서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을 생각나게 하고, 어느 드라마의 삽입곡이었던 무지개 저 편 먼곳에는 꿈이 이루어지고 행복해지리라는 ‘Over the Rainbow’ 는 늘 무지개 건너 멀리에서 행복을 찾으려했던 지난 날의 내 모습이 떠 오른다.
슬픈 사랑의 고전 영화인 ‘Love Story’나 떠나간 연인이 다시 나에게 돌아 올때까지 영원히 기다리겠다는 ‘쉘부르의 우산’의 영화음악을 연주할때면 그 애절한 사랑으로 나의 눈가에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는 한다.
음악만으로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사랑 받는 많은 미국 영화나, 한류 열풍을 주도해서 다른 아시아인들도 좋아하는 드라마의 주제곡들과는 달리 한국 영화 에서는 기억나는 음악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운데, 국내 영화 음악 중에서는 그래도 ‘서편제’가 나의 기억에 남는다.
판소리에 재능있는 어린 딸 아이의 노래에 한, 즉, 깊은 슬픔이 없기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여긴 아버지가 딸의 눈을 일부러 멀게 하고, 그로 인한 생의 고통과 슬픔이 그녀의 소리에 녹아 내려 호서지방의 최고 명창이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아버지의 믿음대로 삶의 고뇌에서 피워 올린 정제된 슬픔은 예술의 혼에 깃들여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기에,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기쁜 소리보다 슬픈 소리가 더 달콤하게 들린다.
그리고, 작년에 보았던 ‘달콤한 인생’의 영화 음악이 좋았다. 조폭 두목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조폭 부하의 비극적인 삶이 줄거리였는데, 그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인 첼로 연주곡과, 전반적으로 무척 잔혹한 영화 장면에 흐르던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사랑때문에 죽음으로 치닫게 되는 인생이 왜 ‘달콤한 인생’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는데, 나의 이 의문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풀리게 되었다. 자신을 배신한 분노로 그를 파멸로 몰았던, 배신의 이유를 묻는 그의 두목에게 남자 주인공이 최후의 순간에 내뱉았던 “그래도… 돌이킬 수 없잖아요.”
이 대사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이 한 마디만큼 삶을 제대로 표현한 단어는 없다고 생각했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우리의 시간들, 사랑… 꿈 꾸었던 사랑으로 인해 결국 죽음으로 몰리지만, 어떤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절대 돌이키지 않을 사랑,
그 사랑으로 그가 겪었던 삶의 고통은 결국 사랑의 고통이다.
쓰라리고 아파도 사랑하고, 그 고통마저 고집스럽게 껴 안을수 있는 삶이 바로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달콤한 인생’이 아니었을까… 모든것을 내던지게 만든 그 사랑이 두려우면서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는 그가 부러웠다.
삶과 사랑의 고통은 회피한 채 나는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인생이 그리 달콤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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