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멕시코서 불법이민 와 갖은 고생
악착 같이 저축해 40에이커 사과농장 구입
레이건 행정부 사면정책 덕에 시민권 획득
저임금 노동력 중국·인도 산에 경쟁력 저하
“손님노동자 프로그램 없으면 농장들 위태”
불법체류자였던 실바는 불법이민에 반대했다. 그 대신 손님노동자 프로그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장 일을 할 손님노동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님노동자의 경우, 상당 기간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이 있지만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게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세상에 완벽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불법이민을 허용해 남미 사람 절반이 미국에 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미국에 온 지 오래된 사람들이야 달리 방도가 없겠지만, 앞으로의 이민정책은 손님노동자 프로그램으로 꾸려가야 한다고 했다.
그의 농장이 있는 야키마 지역의 농장주들은 중국, 칠레 등지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가격경쟁을 하는 바람에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남미에서 손님노동자들이 공급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에서 패하고 말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바는 시간당 8-10달러를 준다고 해도 일꾼 구하기가 어렵다고 푸념했다. 농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건설노동자나 청소부로 일하는 게 더 짭짤하기 때문이다. 실바는 지난해 자신의 40에이커 농장 수확을 위해 노동자들을 간신히 구했다. 하지만 다른 농장들은 노동자들을 구하지 못해 사과가 나무에서 그냥 썩어나갔다.
실바도 사과 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 2년간 농장 구입 할부금을 납부하지 못했다. 손님노동자 프로그램을 실행하지 않으면 아마 실바의 입지전적인 스토리도 비극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작은 키에 회색 머리, 그리고 덥수룩한 콧수염을 한 실바는 농장을 둘러보며 휘어진 가지를 바로 세웠다. 실바는 건설현장에서 쓰는 노란 헬멧을 쓰는 버릇이 있다. 과거 사과를 따는 도중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사과에 머리를 맞은 적이 있어 이젠 습관으로 굳어졌다고 했다.
실바는 미국에서 보낸 지난 30년의 세월을 회상하는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음 미국에서 일할 때 그저 농장 기계의 한 부품처럼 인식됐었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다.” 실바는 농장을 멀리 쳐다보았다. “그래도 과거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실바의 삶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미국에 온 뒤 매년 고향 집에 갔다. 그러던 중 1972년 샌디에고 사막을 건너다 죽을 뻔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고 가정을 소중히 여긴 실바였지만 그 후로는 고향을 가지 않았다. 그냥 미국에서 일했다. 세월이 흘렀다. 어느 날 예기치 않게 두 아들이 실바의 집 문 앞에 당도했다. 실바는 놀랐다. 그리고 울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들이 아버지가 필요할 때 나는 곁에 없었다. 사죄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실바의 가족은 지금 워싱턴에서 함께 살고 있다. 두 아들은 시민권을 땄고 아내는 합법체류 신분이다. 실바의 아내는 남편이 미국시민권자가 됐다고 했을 때 남편이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이젠 그녀도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사는 또 다른 평범한 이민자가 됐다. 그녀는 “이 곳이 우리의 집이다”고 했다.
실바는 야키마 밸리를 키운 이민자 세대이다. 야키마는 이제 이민자들의 활동무대로 자리 잡았다. 1990년 주민 18만8,823명 가운데 히스패닉이 25%도 안됐는데 10년이 지난 후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주민 수가 3만4,000 증가했고 이 중 히스패닉 이민자가 2만7,000명이나 됐다. 히스패닉 인구 증가는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스몰비즈니스가 많이 생겨나고 지역이 활기를 띠게 됐다. 하지만 범죄도 증가했다.
불법이민을 반대하는 기마경관을 지냈으며 지금 야키마 카운티 공화당 지구당위원장인 존 티르니는 “손님노동자들이 이 곳에 와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모르지만 이들이 가족을 모두 데리고 이 곳으로 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불법이민에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