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미연(주부)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흥얼거리며 비행기 모형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3살박이 나의 아들이다. 얼마전, 친정 아버지께서 손주가 보고 싶다시며 이곳에서 몇달간 머무르다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배웅차 나가던 날 공항에서 아이는 할아버지 따라 한국 간다며 바닥에 드러누워 울며 떼를 써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떠들썩하게 해 우리 모두를 울리고 말았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평소에 좋아하던 햄버거며 아이스크림 과자를 사주며 달래 보았지만 아이는 좀처럼 입에도 대지 않고 보채기만 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울다 잠이 들었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꿈에서 깨어난 듯 초인종을 누르며 “하부지 하부지 문열어줘” 하고 소리쳤다. 이내 할아버가 안 계신걸 알고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할아버지가 집에 오신줄 알았다고 한다. 그날 밤 아이는 자신의 장남감 통에서 자동차 비행기 핼리곱터 등 사람이 탈 수 있는 모든 장난감을 꺼내 놓고, 엄마! 나 내일 이 헬리곱터 타고 할아버지 좆아 한국 갈꺼야 하며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놀다가 땀이 범벅이 되어 새벽녁에야 잠이 들었다.
어느 날이었던가,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요즘도 계속 늙고 있어? 그래 늙고 있어. 그럼 이제 그만 늙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 응? 아이의 성화에 못이겨 할아버지는 두 손을 모으시고 기도하신다. 다음날 아침 아이는 눈을 뜨자 마자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을 어루만지며 확인하곤 했었다. 매일 밤마다 골고루 골고루 잔다고 할아버지 방과 엄마 곁을 오가며 밤새 온가족의 잠을 설치게 했던 아이였기에, 할아버지와의 이별은 너무나 큰 슬픔이었을게다. 지금쯤 무엇을 하고 계실까? 아마 아버지도 역시 손주녀석과 놀던 생각과 헤어짐의 슬픔에 잠겨 계시라라.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에 아이에게 좀 특별한 습관이 생겼다. 밖에서 비행기 소리만 나면 뛰어나가, 야 비행기다! 비행기. 엄마! 저 비행기 타고 할아버지가 다시 오신다고 했지? 그런데 왜 이렇게 할아버지가 안 내려 오시지 하며 아이는 엄마의 마음을 재촉한다. 아마도 아이는 비행기가 하늘에서 집안으로 뚝 떨어져 할아버지가 내리실거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하늘에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비행기를 아쉬움과 그리움에 찬 눈망울로 바라본다. 인생이란 만나면 헤어짐의 이치인 것을 어린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아직도 3살박이 개구장이 녀석이 이별의 아픔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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