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주부>
나에게는 많은 콤플렉스가 있다. 초등학교 때 배운 피리 외에는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다는 점, 좌중을 웃길 때 보다는 썰렁하게 만드는 초절정 냉각비급(?)을 지녔다는 점, 시험에 붙을 때 보다는 떨어질 때가 많았다는 점, 공으로 하는 모든 운동과 별로 인연이 없다는 점 등등 일일이 셀 수도 없는 콤플렉스가 있다. 거기다 누군가 나의 이런 콤플렉스를 언급하려 하면 불끈하는 뒤처리까지, 콤플렉스에 관한한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모든 걸 두루 갖췄다고 감히 자부(?)하는 바이다. 하지만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런 콤플렉스 녀석들을 조금 더 여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콤플렉스라는 게 나만의 몫은 아니더라는 자각과 생각보다 꽤 장점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라는 이탈리아 거장 감독이 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나 ‘마지막 황제’같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영화를 만든 감독이다. 근데 이 사람의 콤플렉스 설화가 꽤 유명하다. 베르톨루치는 19살 때 이미 문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시적 재능이 있었지만 문단의 거목이었던 아버지를 넘어서지 못할 거라는 콤플렉스 때문에 결국 시를 포기했다. 그 후 들어선 영화의 길에서 그는 또 한번 장 뤽 고다르라는 영화사를 새로 쓴 거장을 만나서 심한 콤플렉스에 시달렸다. 그가 얼마나 콤플렉스에 시달렸던지, 그의 영화 중에서 살해되는 사람의 주소가 실제 장 뤽 고다르의 집주소와 같았다고 한다. 영화 개봉 후 장 뤽 고다르는 베르톨루치를 찾아와 종이쪽지 한 장을 전해주었는데, 거기엔 오로지 ‘마오쩌뚱’ 이란 이름만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장 뤽 고다르 또한 심한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베르톨루치는 콤플렉스에서 해방됐지만 대신 그의 작품에선 예전에 느껴졌던 치열함이 사라졌다고 한다.
콤플렉스는 물론 사람을 힘들게 하고 때론 고통스러운 절망에 빠지게도 한다. 하지만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만큼 반짝거리는 시간들이 또 있을까 싶다. 그래서 ‘이놈의 콤플렉스’라고 넋두리 해보지만 언젠가 나태해진 나를 위해 날이 잘 들도록 갈아놓고 싶다. ‘그래, 내가 늘어져 있거든 날카롭게 쑤셔다오. 정신이 번쩍 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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