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한국을 방문한 한인 혼혈 입양아 찰리 비어스가 민박 가정의 김미숙씨에게 서예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우정아 기자>
“한국 대표 선수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한국어 진흥재단(이사장 문애리) 주선으로 한국을 방문한 미 중고교 한국어 클래스의 장학생 27명 가운데 찰리 비어스(클리블랜드 고교 10학년)의 감회는 남다르다. 혼혈 입양아인 찰리는 어렸을 때 백인 가정에 입양돼 생모가 한국인 댄서, 생부가 흑인 공군이었다는 것밖에 생부모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6세까지는 생모가 편지를 보내는 등 연락이 있었으나 그 이후 단절됐다.
양부모의 격려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던 찰리는 중학교 때 다시 한번 시련을 겪었다. 당시 한인 친구들이 많았는데 ‘아이작’이라는 학생이 찰리에게 “흑인 피가 섞여 한국인 자격이 없다”며 침을 뱉고 “꺼져라”고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찰리는 “당시 내가 반쪽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털어놨다.
양부모는 찰리에게 한국이 그의 한 부분이므로 “한국을 싫어하면 너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설득했다. 찰리가 지난해 한국어 클래스를 택한 것도 이같은 격려 때문이었다.
‘황해일’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는 찰리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꿈. 2003년 골든웨스트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4년 사우스웨스트 챔피언십 대회에서는 넘어져 꼴찌를 하는 도전도 겪었다. 현재 재정문제로 코칭을 받지 못하고 있으나 기술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혼자 연습하며 스폰서를 찾고 있다.
한국어 진흥재단의 한국 민박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처음 한국을 방문한 찰리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견학하는 등 민박가정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거리를 다닐 때 많은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기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 좀 불편하다. 찰리에게 민박을 제공하고 있는 김미숙씨는 “최근 하인즈 워드를 계기로 혼혈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찰리와 같이 다녀보면 이전과 크게 바뀐 것이 없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찰리에게 서예를 가르쳐 주려 했는데 그가 자신의 자녀들보다 더 잘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하고, “찰리가 한국어를 배우려고 정말 노력하는 모습이 자기 몸에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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