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팍스 실리카’ 다국적 컨소시엄
▶ 싱가포르·UAE·카타르 등 투자
▶ 미, 2.5억불 출자…소뱅도 참여
▶ 작년 말 선언 이어 자본확보 속도
▶ 희토류·반도체 대중국 본격 시동
미국이 핵심 광물과 에너지,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공급망에 1조 달러(약 1500조 원) 이상을 투자하는 국가 연합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 투자 컨소시엄’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팍스 실리카 선언을 선포한 데 이어 자본을 확보하면서 중국 등 적대국에 대항하는 전략적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컨소시엄의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제이컵 헬버그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 담당 차관은 ‘힐앤드밸리 포럼’ 조찬 모임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자발적 참여 방식으로 구성되는 컨소시엄에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스웨덴 등이 동참한다. 미국은 종잣돈으로 2억,5000만 달러(약 3700억 원)를 출자한다. 헬버그 차관은 “이 펀드는 전 세계 파트너들이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실질적 자본을 투입하도록 촉구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창립 멤버로 참여하며 각 국가들은 국부펀드와 기관투자가를 동원해 컨소시엄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프트뱅크의 투자에는 일본 정부와의 무역협정에서 약속한 투자금이 일부 활용된다. 헬버그 차관은 운용 자금으로 총 1조 달러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미국 주도로 이뤄진 팍스 실리카 선언의 확장판이다.
팍스 실리카는 평화를 의미하는 라틴어 ‘팍스’와 반도체 소재인 ‘실리카’를 합친 말로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핵심 기술 공급망 협력체를 뜻한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 공급망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지닌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핵심 광물부터 AI 인프라, 반도체 등을 공동의 전략자산으로 묶어 국가들을 조직화한 것은 팍스 실리카가 처음이다. 참여 국가들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플랫폼, 데이터 인프라, 컴퓨팅·반도체, 첨단 제조, 광물 정제·가공,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협력한다.
한국의 경우 고려아연이 11조 원 규모의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제련소 건설을 맡은 것이 대표적인 팍스 실리카의 사례로 꼽힌다. 고려아연이 생산하게 되는 게르마늄·갈륨 등 전략 광물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필수적 광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JV)의 지분 40.1%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헬버그 차관은 이란 전쟁이 세계에 미치는 위협을 감안해 ‘에너지 안보’ 분야까지 팍스 실리카의 범위를 넓힌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넘어 이란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기도 포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 통행이 봉쇄된 상황은 축복과 같다”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 교훈은 석유뿐만 아니라 의존성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를 비롯해 해저케이블과 항만 등 물리적인 인프라가 파괴될 수 있다는 교훈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이란 전쟁이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1조 달러’라는 투자금을 실제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조 달러라는 총액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예측이 불명확하다”면서 “유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1조 6000억 달러였다”고 짚었다.
한정된 참여국도 문제다. 현재 참여국은 한국과 일본·호주·이스라엘·싱가포르·영국·UAE·인도 등 11개국이다.
미국 측은 글로벌 AI 공급망을 주도하는 핵심 기업들이 이들 국가에 소재해 있다면서 더 많은 협력이 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싱크탱크인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는 “핵심 제조 강국인 대만·네덜란드·독일 등이 참여국에서 제외됐다”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H200 칩 수출 등도 파트너 국가들에만 수출 통제 및 투자 심사를 공조하도록 하는 미국의 ‘선택적 편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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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박민주·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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