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옥<피아니스트>
아이들과 나갔다가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하나 샀다. 게임의 이름만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샀는데, 재미를 넘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게임은 맨 처음 대학을 갈 것인지, 일을 할 것인지 두 갈래에서 결정한다. 아이들은 대학으로, 나는 일을 갖는 쪽을 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일을 정하는 카드에서 학위를 요구하는 직업은 가질 수 가 없고, 그에 맞는 수입이 어느정도 정해진 카드를 가져야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공부하는 길을 택할걸...’ 그렇게 어느만큼 가면 결혼을 하게 되고, 집도 사며,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며, 일하면서 월급도 받고 세금도 낸다. 때로는 가졌던 주식이 파산했다며 벌금을 내라고도 한다. 그렇게 여러 길을 지나 퇴직을 하면 모두가 도착할 때가지 기다렸다가 내가 빚진 것과 더 가진것을 계산하고 제일 많이 가진 사람이 이기게 된다.
게임은 한 시간 반 정도 했지만 내겐 여운이 훨씬 길었다. 아이들이 게임을 하며 무턱대고 집을 사도 안되고 (집을 사면 아들은 보험을 먼저 사려고 했다. 혹시 사고를 만나면 많은 돈을 지불 하도록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산다면, 팔 때 이익을 볼 수도 혹은 손해를 볼 수도 있음을 배웠다.
또 전문직을 선택할 경우 책정된 수입이 높아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으며 투자도 좋지만 내 수입과 맞지 않게 무조건 사 두면 나중에 손해를 보는 것도 배웠다. 물론 이 게임 외에도 실제로 투자도 하고 이익과 손해를 경헙하며 경제개념을 가르치는 수업이 있다고 하지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눈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했다.
잠자리에 누워 내 삶도 되돌아 보았다.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어떻게 살아 왔나? 공부하고, 결혼도 하고, 직업도 가지고, 아이도 낳고... 큰 집을 사지도 못했고 많은 돈도 가지지도 못했지만, 파산을 경험하지도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음이 참 감사했다. ‘아마 이 게임에서라면 이미 반 이상을 넘어와 있겠지.’ 순간 순간 어떤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마지막 날 셈의 결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보면 하루하루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훗날 나를 되돌아 볼때 후회보다는 그래도 최선을 다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고백할 수 있도록 오늘에 더 충실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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