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연<수필가>
「아젓씨, 내 얼굴 손 보지 말라구 했잖아요?」
졸업 사진이나 명함판 사진을 찍고, 찾을 때마다 사진관 아저씨께 늘 했던 말이다. 입술 오른쪽 위에 도드라진 검은 점. 어릴 적에는 미인 점 이라고 들었다. 초등학교 학예회, 무용을 할 때 선생님께서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나처럼 얼굴에 점을 그려주곤 하셨다. 조금 자라서는 복점이라고 하셨다. 미인 점과 복점을 다 가진 나는 알게 모르게 우쭐! 무엇이든지 자신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 마다 사진관 아저씨는 내 이 점을 빼앗곤 했다. 특히, 대학 졸업 사진을 찍을 때는 취직과 맞선용으로 사용 하라며 각별히 신경 써 준다고 하더니, 내 미인 점-복점을 흔적 조차 없애 버렸다. 내 점 내놓으라고 떼를 쓰니 하는 말, 「아 그럼 화장이라도 하고 오던지, 다 큰 처녀가 화장도 안하고 다니냐?」
‘얼짱’, ‘몸짱’ 바람이 끊임없이 진화 되어, ‘동안’을 탄생 시키더니 요즘 최신 트랜드는 ‘쌩얼’ 이란다. 그 열풍에 내 귀도 솔깃해져 내가 내린 쌩얼의 정의는 「화장 안 한 맨 얼굴」, 그렇다면 쌩얼의 원조가 바로 나? 미인 점과 복점을 동시에 가지고 쌩얼 열풍의 원조란 기막힌 사실에 흡족해 하며 점입가경 (漸入佳境)인 상태에서 언론 매체의 정의를 보았다.
-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인정 받는 솔직한 모습의 자연미 –
내 정의 보다 차원 높은 정의 였지만, 쌩얼의 원조답게 맨 얼굴로 자랑스럽게 다녔다. 며칠 전, 갑자기 사진이 필요했다. 디카로 이쪽으로 찍어보고, 저쪽으로 찍어보던 딸아이가 던지는 말, 이쪽 저쪽으로 해도 다 점이 나오네~, 왜 점이 나오면 안 좋으니?, 아니, 볼 터치라도 하고 립스틱이라도 바르고 찍으면 어떻겠냐고 되 묻는다. 뭘, 새삼스럽게, 쌩얼 시대라는데, 그래도 화장을 좀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냐며 다그친다.
미인 점, 복점을 다 가진 만년 쌩얼의 중년 세대인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찍고 금방 확인해 보니 사진 속 내가 왠지 낯설게 보였다. 미인 점이라고 들은 미인은 얼굴을 두고 한 말 같지는 않은데, 그러면 마음이 미인인가?
복점이라고 하신 복은 다른 사람과 나누는 복이 아니라, 내가 더 받고 누리려고 악착스럽게 집착하는 그런 복이었던가 싶다. 꾸준한 자기 관리보다는 귀찮음과 게으름의 솔직한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가끔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낯설은 나를 돌아 보는 계기가 되고, 언론의 정의가 더 옳음을 깨달으며 인정하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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