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주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숨진 대 여섯 살 정도의 어린 레바논 남자아이의 사진을 봤다. 구조대원의 팔에 안긴 어린아이는 마치 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숨진 아이가 레바논 남부 카나마을에서만 서른 네 명이라고 했다. 사진속의 구조대 남자처럼 입을 크게 벌리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고 싶었다. 우린 다만 서른 네 명의 아이들만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그들 하나하나가 가질 수 있는 미래의 모든 가능성도 잃어버렸다.
우리는 꽃병을 깨고 혼날 까봐 담벼락 뒤에 숨어있는 엄마의 아들을 잃었고, 가쁜 숨으로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선생님의 제자를 잃었고, 온몸으로 사춘기임을 증명하는 여드름 소년을 잃었고, 서늘한 눈매에 반해버린 어느 소녀의 첫사랑을 잃었고, 무거운 짐을 노인 대신 들어주는 마음씨 좋은 청년을 잃었고, 첫아이를 얻은 기쁨에 행복해 하는 어느 젊은 아빠의 웃음을 잃었고, 고단한 삶에 힘겨워하지만 자식 앞에선 꿋꿋이 웃을 줄 아는 중년 아저씨를 잃었고, 인생의 황혼 길에 접어든 지혜로운 노인을 잃었다. 대신 우리는 폭탄을 몸에 안고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수백 수천의 또 다른 자살테러리스트를 얻을 것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의 업이 끝나지 않으면 윤회도 끝이 없다고 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계속 반복된다는 걸 빗대어 하는 말이라면 이 끝도 없는 보복전쟁의 고리는 업에 업을 더 쌓고 있는 셈이다. 위정자들과 그들 뒤에 숨어서 저울을 달아보는 장사꾼들, 그리고 무관심하게 바라만 보는 이세대의 보통사람들이 한통속으로 만드는 처참한 풍경이다. 한번쯤은 하늘을 향해 하나님을 향해 ‘왜?’라는 절규도 했었지만 이런 물음은 하늘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자신에게 그 비난의 화살이 꽂혀야 되는 것이다.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얻을 것인 지 너무나 명백한 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 일이 ‘왜?’라고 물어올 후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우리의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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