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의 미디어 서커스가 막을 내렸다. 지난 16일 타일랜드에서 체포된 후 존베넷 램지 살해 용의자로 TV, 주간지, 신문들을 휩쓸며 뉴스의 주인공으로 각광(?) 받았던 존 마크 카(41)는 사건과 무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확실한 증거물인 사건현장의 DNA와 카의 DNA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그럼, 볼더 검찰은 그 정도의 증거도 없이 사람을 체포했단 말인가”하고 미국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타일랜드에서부터 요란스럽게 미디어를 끌어 모으고, 용의자라며 실크 넥타이에 셔츠 사 입히고, 비즈니스 클래스에 태워, 고급 음식에 샴페인까지 먹이며 미국으로 데려오더니 이제 와서 ‘아니면 말고’식이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해프닝이 가능할까. 모두에게 잠재해 있는 관심 받고 싶은 욕구의 발로로 해석이 된다. 10년 묵은 유명 사건을 해결해볼 욕심에 너무 경솔하게 행동했던 검찰, 센세이셔널한 보도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미디어, 기다렸다는 듯이 범행을 자백한 존 카 - 모두가 따지고 보면 세상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며 일류 검사로, 인기 미디어로, 유명 범죄자로 뜨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미디어가 너무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근년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1990년대 중반의 O. J. 심슨 사건. 94년과 95년 미국 미디어들은 뉴스가 심슨 케이스밖에 없는 듯 심슨 집과 재판정 앞에서 먹고 자며 취재 경쟁을 벌였다.
96년 발생한 램지 사건은 심슨 케이스 후 찾아든 가장 센세이셔널한 사건. 이번에 사건이 다시 표면으로 드러나자 그간 뭔가 자극적 뉴스의 결핍을 느꼈던 미디어들은 이때다 싶게 요란스런 보도를 했다.
미디어의 센세이셔널리즘에 제대로 불을 지펴준 것은 존 카의 거짓 자백이었다. ‘사건 현장에 있었다’‘(죽인 것은)사고였다’‘존베넷을 사랑했다’등 그가 주섬주섬 털어놓던 거짓 자백에 미디어들은 농락을 당한 셈이 되었다.
일반인들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범행에 대한 거짓 자백. 좋은 일도 아니고 흉악한 범죄를 어떻게 거짓으로 자백할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거짓 자백은 의외로 많다고 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터지고 나면 으레 ‘내가 범인’이라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크게 나누면 두 부류라고 한다. 첫째는 신문에 이름나고 TV에 얼굴 나고 싶은, 뜨고 싶은 욕망의 소유자. 유명해질수 있다면 악명이라도 좋다는 부류이다.
둘째는 현실과 환상을 착각하는 정신병자. 특정 사건에 너무 빠져들다 보면 자신이 그 사건의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망상이다. 존 카의 경우는 양쪽에 모두 상관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결국 한사람의 거짓말로 한바탕의 미디어 서커스가 벌어지고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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