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희연<수필가>
「아빠가~ 어~엄마를 되게 사~랑 하거든, 지금…」
「푸 하하하」
「What the heck?」
저녁 상 앞에서 느닷없이 손을 잡으며, 띄엄 띄엄 말하는 남편의 고백에, 입속 찬란한 색채의 파편들이 목적지 없이 튕겨져 나오는 상황에서 딸아이가 한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왜 이랗게 새삼스럽고, 어색하며, 딸 앞에서 얼굴 붉어지는 일인지 참 이상하고 납득 되어지지 않았다.
얼마나 서로에게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았으면, 말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모두 이같은 현상을 일으킨 것일까?
분홍색 한복을 입은 여자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의자에 앉거니 서거니 어깨에 손을 얹고, 밑에는 ‘약혼 기념’ 이라고 쓰여진 사진 한장 없어서, 이런 말 하는 것을 잊고 살은 건가?, 아니면 서로 믿으니까, 굳이 「사랑해!」안해도 이심전심 통하고, 필(Feel)이 꽂혀 살은건가? 이도 저도 아니면 「이 웬수!」해 가며 마지 못해 살은건가?
아무튼, 오늘 저녁 우리는 남편의 뜬금없는 「되게 사랑하거든, 지금」이라는 고백에 뒤를 돌아 볼 수 있었다.
조국 근대화의 기본 정신인 근면, 성실이 몸에 배고, 새벽마다 한 보건 체조로 다져진 체력으로, 사춘기를 영어 배우는데 다 쏟아 부은 남편과 시작한 결혼 생활은 누가 누가 근면 한가?, 누가 누가 성실한가? 자랑 대회에 참가라도 할 것처럼, 열심히 살아 오느라고 모든 것을 잊고, 살아온 듯 싶었다.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이심 전심 통하지 않아도, 필이 꽂히지 않아도, 웬수로 생각지 않고, 내 마음 네가 알아 줄거라 믿으며 그렇게 살아온 듯 싶었다.
사랑해! 사랑해! 하늘만큼, 땅만큼, 외치지 않아도, 닭살만들며「알라뷰」표현하지 않아도 니 마음 내가 다 알아하며, 그렇게 살아온 듯 싶었다.
20 몇년 함께 걸어 와, 50 고개에서 듣는 「되게 사랑 하거든」이라는 고백이 헛되지 않게 살아 온 듯 싶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행복한 인생 이라는 요즘 유행가 가사처럼 그렇게 살아온 듯 싶다. (좋게 말하자면) 앞으로 살아 온 세월만큼 함께 산다는 보장 받은 것도 아닌데, 늦기 전에 이런 고백을 듣는것도 과히 나쁘지 않은 듯 싶다.
왜 이런 고백을 갑자기 나에게 했을까?
있을때 잘 하겠다고, 있을때 잘 해달라고 한 듯 싶다.
「되게 사랑 하거든 지금」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는 나는 아직 젊음이 있는 듯 싶은데 , 이런 말을 하는 남편은 이제「 늙었 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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