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미연<주부>
다음해 붉게 물든 가을 녘 하얀 옷에 꽃다발을 푸른 하늘 위에 던지우고 다시 찾은 양수리. 광 위에 아슬아슬 매달린 둥근 호박 스레트 지붕 위엔 하얀 기다란 대를 가진 꽃과 조랑박들이 넝쿨져있고 산기슭 600평 남짓한 밭엔 참깨 들깨 고구마 감자 헤아릴수 없으리만치 어수선한 모습으로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꽃 새 바람이 어우러져 노래하는 잣나무 숲 속에 청설모 몇 마리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서울로 출 퇴근하면서 쉬는 날이면 어설픈 농부의 아낙이 되어 따가운 가을 뙤악볕에 밀짚모자가 모자라 수건까지 동여 메고 잘 익은 고추를 망태기에 따서 앞마당 멍석에 깔기를 몇 시간 그는 누군가에 의해 쓰다 버려진 손때묻은 지게를 수리하여 나무를 가득지고 산에서 내려오면 어느새 해는 뉘엇 뉘엇 서산에 머물고 빛바랜 파라솔이 자리한 곳엔 빨강 노랑 빛 장미가 노을빛에 발하여 가을을 노래한다.
그을린 아궁이에 불을 지펴 집안에 온기를 불어 넣고, 타다남은 불씨에 고구마 감자 밤 등을 구워 입가에 까망을 칠해가며 웃음짓던 날들.
우두둑 우두둑 지붕위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에 밤마다 잠을 설치노라면 어느새 어둑 어둑한 새벽 꼬끼오 꼬꼬 장닭의 울음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청량리 춘천행 열차의 기적 소리는 우리 둘만이 맞추어 놓은 자연의 시계에 아침을 연다.
강한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들고 점점 촌스러운 모습이 되어가지만 빨갛게 물들어가는 들판은 우리만의 행복의 물결로 설렁일 것이리라.
나는 다시 자연을 벗어나 출근길에 오르면 아귀같은 생활이 시작되건만 이렇게 땀흘려 가꾸어온 농사는 아는 이들과 함께 모여 나누며 막걸리 한잔으로 힘들었던 한해를 마무리 하기를 몇년 세월, 정겹던 그곳을 멀리하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이주 해온지도 벌써 5년이 되었고, 다시 맞는 이 가을은 더욱 아련한 추억과 함께 쓸쓸하게 다가온다.
모래가 바람이 바람이 모래를 새가 바람이 바람이 새를 날리우는지 조차 모를 이민생활 속에서 가끔은 추억을 회상하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나를 위로한다. 자연과 접촉하며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의 갈망은 누구나 공유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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