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주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공고 졸업반인 석환은 당구장에서 예고생들과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이를 말리려던 친구 성빈은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된다. 성빈은 그 일로 7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세상으로 나온다. 그러나 가족도 형사가 돼버린 친구 석환도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는다. 거기다 자신이 죽인 학생의 환영에 계속 시달린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조직폭력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고, 자신을 동경해서 찾아온 석환의 말썽장이 동생 상환을 석환에 대한 복수심으로 상대조직과의 싸움에 칼 받이로 내보낸다. 동생을 칼 받이로 내보낸 사실에 격분해서 찾아온 석환은 성빈과의 싸움에서 눈이 멀고, 성빈도 죽고, 석환의 어린 동생 상환역시 지옥 같은 패싸움에서 말 그대로 칼 받이로 죽는다.
영화 속 세상은 우울하다. 학교에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선생님이 없고 아이들은 미래 없이 배회하다 조직폭력의 세계로 빠져든다. 한 순간의 실수로 인생은 돌이킬 수 없이 꼬이고 세상은 이런 그들에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양자택일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참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를 만든 스물일곱 살의 젊은 류승환 감독(영화 속 주인공 석환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실제 동생인 류승범은 동생 상환 역으로 나왔다)은 충무로 스타감독으로 태어나게 됐다. 다른 영화를 찍다 남은 필름과 소품용 피로 만든 이 저예산 영화로 감독은 그야말로 충무로 석세스 스토리를 일궈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철없이 날뛰는 고등학생 역으로 나왔던 류승범은 단 한번의 출연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는 톱배우가 되었다. 그야말로 영화 속의 세상과 이들 형제가 이 한편의 영화로 만난 세상은 천양지차였다.
세상은 누구에게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일 수 있지만 돌려 생각해 보면 동전의 양면처럼 새로운 그림이 나타나는 야누스의 이면을 닮았다. 최근 20대 초반의 청년자살자 수가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누구하나 만만하게 세상과 작별할 결심을 했을 까마는 그래도, 그래도, 세상이 ‘죽거나 혹은 나쁜 곳’만은 아니라는 걸, 기로에 선 젊은 생명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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