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망언’으로 유권자 등돌려, 화려한 정치 역정 마감될 듯
속내를 숨기지 않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누리며 오랜 세월 메릴랜드 정계를 누볐던 쉐퍼(사진.84) 메릴랜드주 감사원장이 끝내 ‘설화’ 때문에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좌절을 맛봐야 했다.
민주당 예비선거를 얼마 앞두고 한인 언론에 대형 사과 광고까지 내며 전세 역전을 막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36%를 얻은 프랜쵸트 후보와 34%를 얻은 자넷 오웬스 후보에 뒤지는 30% 득표에 그친 쉐퍼는 애나폴리스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과에 놀랐다. 그(프랜쵸트)가 이기리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예비선거 패배로 1955년 볼티모어 시의원을 시작으로 네 번의 볼티모어 시장, 두 번의 메릴랜드 주지사, 두 번의 감사위원장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화려한 경력을 쌓았던 쉐퍼는 이제는 정치가의 길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됐다.
워싱턴 포스트 등 주류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쉐퍼 감사원장의 패배 원인을 잘못 놀린 ‘혀’에 돌리고 있다.
프랜쵸트 후보도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쉐퍼 감사원장의 모욕적인 발언에 식상한 덕을 봤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이민자들이 교육 재정을 축낸다고 비난하다가 “한국이 미사일을 쐈다”는 등 엉뚱한 소리를 생각 없이 내뱉고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쉐퍼는 지난 주 오웬스 후보를 ‘마더 허바드’라고 부르면서 결정적인 자충수를 뒀다. 앞 뒤 생각 없이 쓸데없는 말을 쏟아내는 쉐퍼를 보면서 ‘전설적인 정치 경력’도 중요하지만 이젠 그가 물러날 때가 됐다는 생각들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모아지고 있었다.
쉐퍼 망언을 좌시할 수 없다며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던 한인사회는 ‘사필귀정’의 결과로 받아들이면서 이번 선거가 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크게 도움을 준 기회였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난 쉐퍼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는 자리에서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션시티 시장에 출마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면서 “일부 기자들은 구역질이 날 지경”이라고 여전히 독설을 뿜었다.
쉐퍼는 볼티모어 시장을 역임했던 큰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주지사 시절 그의 권위주의적인 스타일은 의원들과 잦은 충돌을 일으켰다.
선거 캠페인 막바지에 라디오에서 충동적인 발언을 해 사과를 또 해야 했던 쉐퍼는 그러나 이날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미안한 마음은 있을 수 있지만 사과는 절대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을 번복, 자신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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