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주부>
염라대왕이 하루는 인간세계에 시찰을 나왔다가 어느 산골 아낙네에게 식사를 대접받는다. 시골 아낙네가 대접하는 음식이 초라했을 것은 당연지사였을 텐데도 그 손맛에 반해버린 염라대왕이 이 아낙네를 자신의 요리사로 데려가 버린다. 아무리 염라대왕의 요리사라지만 그 곳은 사후세계인지라 졸지에 엄마를 잃은 삼남매가 굶어죽을 지경에 이른다. 발을 동동 구르던 아낙네를 안타깝게 여긴 염라대왕이 며칠에 한 번씩 다시 인간세계에 다녀올 수 있게 해준다. 어릴 적에 별 생각없이 봤던 이 ‘전설의 고향’ 이야기를 요새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그 염라대왕이 여간 이기적인 게 아니다. 아니 자기 입맛하나 만족 시키자고 애 딸린 생사람을 잡는 스토리 아닌가? 하긴 요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각종 요리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이 미각을 위해 하는 일들이 결코 염라대왕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만큼 이기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그 미각이라는 것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게 대세이니…
최근에 무심코 요리책을 따라 하다가 점점 음식의 맛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요리책 들이 맛을 어필하기위해 달고 짜게 레시피를 짜 놓았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화가 되다보니 다양한 소스가 들어오게 되고 양념 하나를 만들어도 예전엔 소금, 간장, 고추장, 된장처럼 간단한 우리 양념으로 하던 것을 이제는 좀 더 복잡하게 여러 나라 소스를 섞어 쓰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미감을 자극하는 음식은 만들어 졌지만 재료 본래의 맛을 느끼는 건 점점 어렵게 되었다. 더군다나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건강에 좋을 리 만무하다. 맛을 위해 그동안 가족 건강을 담보 잡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버쩍 났다. 요리 실력이 늘어간 게 아니라 좀 더 복잡한 양념 맛에 능숙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대장금’이 시사하는 바가 참 의미 심장하다. 화려한 만한전석으로 대접했던 최상궁보다 먹는 사람의 몸에 맞게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소박한 한상궁의 음식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맛있는 음식이란 혀끝을 넘어서서 몸에도 이로운 음식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도 장수를 누리고 있지만 가장 첨예하게 성인병 등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우리 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푸는 단순한 해법은 소박한 밥상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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