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 칼럼
▶ 김미영 <존스합킨스대 간호대 교수>
J씨에게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덕에 올 가을 단풍은 정말 아름다울 거라고 합니다. 그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은 언제나 나이든 사람에게 더 예쁘게 보이는 법이라는데, 나이가 들면서 모든 살아있는 것의 유한함의 자각과 더불어 그 마지막 잎새의 아름다움에 조금은 처연하고 싸한 안타까움이 배어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거기에다 힘든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가까운 지인들을 생각하면, “내가 또 이 단풍을 볼 수 있을까?”라고 외롭게 창밖을 바라보는 이들을 생각하면, 한잎 한잎 이쁘게 물들어 가는 잎새들을 가슴 뻐근한 마음 아림 없이 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펜을 들었습니다. 어쩌면 J씨와 내가 그리고 나의 친구들, 항상 마음 넉넉한 J씨의 친구들이 모두 힘을 합하면, 우리 주위에서 힘겹게 투병하는 이들과 가족들에게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선 J씨처럼 어려운 암을 이겨낸 분들이 새롭게 진단을 받아 투병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코치(희망 가이드)가 되어 주고, 음식 솜씨 좋은 순이 엄마는 몇 시간 가사일도 도와주고, 멋쟁이 영자씨는 운전도 도와주고(희망 도우미), 아! 또 있어요. 목소리 좋은 내 친구 수영이는 희망과 사랑을 담은 음성편지와 책을 읽고 녹음을 해 필요한 분들께 보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 우리 사랑방(KRC)에 모여 어떻게 하면 아프고 힘든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의논한다면 분명 좋은 생각들이 연이어 나올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일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들에게도 모두 모두 힘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봉사하는 시간들은 은행에 적립하듯 하여 우리 식구가 필요할 때, 품앗이 해서 쓸 수 있는 자원봉사 은행을 만들면 어떨까요.
어쨌든 J씨, 언제 보아도 유쾌한 J씨 친구분들, 그리고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의 연락 바랍니다(410-203-1111).
올해는 희망가이드와 희망도우미를 주춧돌로 정말 따스하고 건강한 울타리를 쌓고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올해 단풍을 가슴 아림 없이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김미영 <존스합킨스대 간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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