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 차 미국에 머물고 있는 제인 토리(한국명 현재인) 사모가 워싱턴을 들렀다. 태백시에 예수원을 건립한 대천덕 신부의 부인인 현 사모는 올해 86세.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하고 나이가 있어 보행에 조심해야 하지만 자애스런 음성과 맑은 웃음은 5년 전 잠시 이곳에 들렀을 때와 다름 없었다.
현 사모는 “2002년 대천덕 신부가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예수원 가족들이 매일 각별히 돌봐주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현 사모의 관심은 대화 내내 ‘삼수령센터 건립 프로젝트(19일 보도)’에 집중됐다. 아들 벤 토리 신부가 맡아 추진하고 있는 삼수령센터는 200억원의 대규모 예산을 들여 북한선교를 위해 헌신된 한국과 전세계 젊은 일꾼들을 키워낼 수련장이다.
너무 프로젝트가 방대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아들이 가족과 한국으로 이주해 헌신하고 뜻을 같이 하는 후원자들이 늘어나면서 하나님의 비전이라는 확신이 분명해 졌다.
“남북 정상이 만나고 최근 들어서는 한국과 북한 간에 교류가 잦아져 한 형제 같은 느낌이 더욱 커졌다”는 현 사모는 “생각은 물론 언어마저 이질화된 북한 주민들의 삶을 먼저 이해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 비결을 묻자 현 사모는 “한국식 온돌 문화가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자꾸 일어서고 앉으면서 무릎 관절이 오히려 건강해졌다. 검소하지만 건강에 좋은 음식, 공기 좋고 물 좋은 환경, 매일 세 번씩 드리는 예배...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별 다른 게 없는 듯 하면서도 배울 점이 많다. 어머니가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비서처럼 돕고 있는 둘째 딸 얀시는 “외가가 원래 장수하는 집안”이라며 “할머니가 103세까지 사신 걸로 안다”고 거들었다. 며칠 전에는 동창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86세의 할머니들이 모두 정정해서 무척 반가왔다고. 현 사모의 언니도 91세다.
노스 캐롤라이나주 샬롯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버지니아주 샬롯 코트 하우스에서 보낸 현 사모 는 퀸즈 칼리지 재학 중 대천덕 신부를 만났다. 부부가 한국에 도착한 것은 1957년. 토리 신부가 중국 선교사 가정에서 자라 외국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극동은 현 사모에게 별천지였다.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르고 전쟁의 폐허가 채 복구되지 않은 가난한 나라에서 남편과 ‘예수공동체’의 꿈을 실현하기까지 치른 희생과 하나님께 받은 은혜는 자서전 ‘광야의 식탁(at the table in the wilderness)’에 잘 기록돼 있다.
“예수원 형제 자매가 오늘 결혼하는데 가보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하는 현 사모의 모습은 미국으로 이민 가버린 손주들을 그리워하는 한국 할머니들의 바로 그것이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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