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박연폭포와 함께 송도삼절로 불리는 황진이는 송도가 낳은 절세가인으로 남존여비와 남녀칠세부동석의 엄격한 유교윤리의 규범 속에서, 특히 적서의 차별이 극심한 조선 중종 때 냇물 빨래터에서 이루어진 로맨스가 인연이 된 미모의 어머니와 진사인 아버지 사이에 서녀로 태어났다. 비범한 여인 탄생의 징조였던가, 출산 당시 3일간 향기가 방안에 가득 하였다 하니 선녀인가 신녀인가 하였고 천부의 재색과 지성을 겸비한 역사속의 여걸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하지만 나이 불과 15세 때 이웃집 서생이 짝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상사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장지로 가는 상여가 진이집 앞에 이르러 갑자기 멈추어 가지 않으니 진이의 의복을 관위에 덮고 명복을 기원하니 비로소 관이 움직여 무사히 장례를 치룬 다음 이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앞으로 또 다른 남성의 희생이 걱정되어 나는 온 세상 남성의 애인이 되겠노라 결심하고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명월(明月)이라는 이름으로 기녀에 입적하였음을 그 동기로 밝히고 있다.
하늘은 모든 사람에게 하나만을 부여 한다는데 그에게는 출중한 미모와 시와 창, 무용과 미성(美聲), 그 위에 서예, 학식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여성으로 태어났다. 이러한 소문은 송도를 비롯, 경향 각지는 물론 중국에 까지 알려지고 보니 전국 저명한 풍류객을 비롯, 양반 권세자들까지 진이를 찾는 방문객이 쇄도 하였으나 웬만한 사람은 눈도 떠보지 않는 고고한 자존심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한양에서 소문을 접한 왕족 벽계수가 난 여하한 유혹에도 동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개성 만월대를 찾았으나 진이의 선녀 같은 아름다운 음성에 그만 넋을 잃어 타고 있던 말에서 떨어졌다 하니,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시가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이 애창하는 유명한 시조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또한 그 당시 서화담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 학자로서 생불의 칭호를 받던 지족선사가 10년 벽면수도 하는 가운데 진이의 방문을 받고 때마침 내리던 비에 흠뻑 젖은 옷을 통해 보이는 아름다운 육체미에 그만 도취되어 금단의 선을 넘었으니 10년 수도가 하룻밤에 무너지는 파계승으로 후회 하면서 10년 수도 나무아미타불 하였다 하니 그의 미모가 짐작 하고도 남음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당시 조정의 관리로서 천하 명창인 이사종과는 양가에서 3년간씩 6년간 동거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니 오늘날 계약부부의 효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이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야 가고 아니 오노 메라’ 조선시대 이황, 이이와 함께 3대 도학자인 서경덕은 여하한 유혹에도 동요하지 않은 유일한 인물로 그의 고결한 인격과 높은 지조에 감동하여 가장 존경한 분으로 순수한 사제간의 정의(情誼)로 교류하였던 서화담의 죽음을 애도하여 지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미인 단명이라 했던가. 40대에 생애를 마친 후에도 그를 추모하는 많은 사람 가운데 천재 시인 백호 임제가 그 무덤에 바친 시를 옮겨 본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 하노라.
여하튼 진이는 서민 출신으로 비록 천민 계급인 기녀임에도 불구하고 완고한 봉건사회의 높은 벽을 넘어 고명한 풍류인을 비롯, 일류 학자 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연과 사랑 시와 인생을 만끽한 자유스런 활동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여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했으며 특히 그의 시조 작품의 뛰어난 발상과 세련된 표현은 500년이 지난 오늘에도 감탄과 높은 평가를 역사는 전하고 있다.
정두경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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