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Departed)
다음 경기에도 못 나와… 한국축구, 예멘에 답답한 1-0 승리
박주영이 골은 못 넣었지만 골이나 다름없는 완벽한 결승골 어시스트로 한국축구를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경기종반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해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6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첫 스탭을 다소 힘겹게 내디뎠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22세 이하(U-22) 올림픽대표팀은 28일 새벽(LA시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F조 1차전에서 후반 18분 양동현의 결승골로 중동의 복병 예멘을 1-0으로 제압했다. 시종 밀집수비 작전으로 나선 예멘을 상대로 일방적인 경기흐름에도 불구, 제대로 된 득점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한 답답한 내용이었지만 일단 부담스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한 일전이었다.
<박주영이 예멘의 밀집수비벽을 뚫고 들어가며 볼을 따내고 있다>
전력이 베일에 가려진 복병팀 예멘은 뚜껑을 열고 보니 분명히 한국보다 한수 아래 팀이었으나 한국은 역시 약팀에 약한 징크스를 떨치지 못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뚫으려면 필수적인 창의력이 부족한 점이 여지없이 드러났고 결국 일방적인 공격에도 불구, 아쉬운 득점찬스조차 몇 개 없었던 답답한 모습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후반 19분 터진 양동현의 결승골 순간을 제외하고는 졸전이라고 할 만한 경기였다.
결승골은 박주영이 왜 ‘축구천재’로 불리는 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볼을 잡은 박주영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순간적으로 두 번에 걸친 전광석화같은 2대1 패스로 예멘의 밀집수비에 단숨에 허물었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김승용과 두 번째 2대1 패스로 골키퍼와 1대1 득점찬스를 잡은 박주영은 순간 예멘 수비수 4명과 골키퍼까지 자기 쪽으로 몰리자 슛하는 대신 정면에 홀로 서 있던 양동현에게 볼을 살짝 밀어줬고 양동현은 텅 빈 골 안으로 가볍게 볼을 밀어 넣었다. 경기내내 이어온 답답함을 한순간에 풀어준 멋진 ‘명품’ 골이었다.
하지만 이 골을 제외하곤 내세울 만한 장면이 거의 없었다. 전반 33분 이승현의 슛이 크로스바를 맞은 것과 전반 종료직전 김진규의 예리한 프리킥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걸린 것을 빼곤 전혀 위협적이지 못한 슈팅만을 난사한 끝에 경기를 마쳤다. 박주영-양동현 투톱에 백지은-오장은 미드필드진이 주도권을 완전 장악했으나 수비라인에 5명을 포진시키는 등 자기 진영을 떠나지 않은 예멘의 수비벽을 뚫기에는 예리함이 부족했다. 박주영의 발끝에서 시작된 그림같은 결승골 작품 하나가 없었다면 패배같은 무승부를 맞볼 뻔 했다.
<후반 종반 레드카드를 받는 박주영 <연합>>
그나마 박주영은 후반 막판 순간적인 흥분으로 퇴장당해 명암이 교체됐다. 자신에게 파울을 한 예멘선수에 다가가 배를 들이댔고 예멘선수가 심하게 밀린 것처럼 뒤로 튕겨나가 넘어지는 제스처를 하자 순식간에 주심의 레드카드가 올라온 것. 이로써 박주영은 오는 1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벌어지는 예선 2차전 원정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한편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우즈베키스탄은 홈에서 UAE를 2-1로 제압,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로 올라섰다. 또 E조의 북한은 태국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고 B조의 일본은 홍콩을 3-0으로 일축했으며 D조의 이란과 호주는 0-0으로 득점없이 비겼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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