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봄비를 좋아하시나요? 비를 맞으며 수줍게 얼굴 내미는 새초롬한 새싹들, 꽃망울을 터트리는 향긋한 바람. 창밖으로 보니, 봄을 재촉하며 내리는 비가 연두빛이더군요. 아무리 매섭던 추위도, 기세 좋게 내리던 눈발도, 봄이 오면 어김없이 씻겨 내려가지요. 하지만 사람의 잘못과 용서는 그 보다 무서운 모양입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 중의 죄를 지고 하염없이 떠도는 느낌과 숨 쉴 수 없는 답답함. 우리의 부끄러움과 허물, 실수, 열등감, 아픔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물로 가슴을 적시면서 다시 사랑을 약속하며 내리는 봄비. 새 살이 돋아나도록, 새 만남이 찾아오도록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는 것 같습니다. 눈물로 적신 가슴에 기대어 다시, 아름답게 일어나게 하는 봄비에 흠뻑 젖어 보세요. 용서하는 봄, 왠지 가슴이 찡해집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륜의 대가? 미국의 전 대통령 클린턴의 부인 힐러리의 고백입니다. 어느 날, 남편 클린턴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법정에 나가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날 용서해 주시오. 내가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소.” 그 말을 듣고 힐러리는 남편의 모가지를 죽도록 비틀고 싶었습니다. 배신감, 상실감, 좌절감, 세상이 모두 다 손가락질 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지낸 후, 하나님 앞에 나가 기도하면서 힐러리는 자기감정을 포기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내 남편이고, 내 딸 첼시의 아버지고, 대통령이니 사랑해야만 된다고.”어떤 때는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잘못은 사람이니까 넘어질 수 있다고 용서하는데. 어떤 때는 아주 작은 사소한 말 한마디, 질책하는 눈빛, 거부하는 몸짓에, 스스로 분노의 덫에 자신을 가두어 버리고 등을 돌리는 가여운 사람들을 봅니다.
크든 작든 잘못이든 오해이든 사실이든 간에 상관없이 모두 용서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할 수 없다면 혹시 우리는 용서에 인색한 사람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 주간 꾸중과 원망 질책들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동반한 용서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겨 두었으면 합니다.이 세상에 ‘용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답니다. 참 이상한 것은 용서해 보려고 노력하면 더 용서가 힘들어집니다. 용서는 용서하려는 자기까지 포기해야 이루어집니다. 용서는 ‘사랑과 위로를 찾는 서로’에게 건너갈 다리를 놓는 작업임을 기억하십시오. 상처 없는 새는 죽은 새입니다. 살아 있는 새는 다 상처가 있습니다. 거센 폭풍이 불 때 다른 새들은 처마 밑에 숨지만 독수리는 강한 양 날개로 비행을 즐깁니다. 그처럼 사람의 영혼을 천상의 세계로 비상하게 하
는 양 날개는 사랑과 용서입니다.
많이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많이 용서하십시오. 그리하여 우리의 자녀들이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을 배우게 하십시오.
물방울이 바위를 뚫을 수 있음은 그 힘이 아니라 꾸준함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배운 습관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그 습관이 그의 인생 방향과 삶의 빛깔을 결정합니다. 자녀들에게 사랑을 심어 주면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고, 용서를 심어 주면 상대방을 용서할 줄 아는 넉넉함과 자유함이 있는 사람으로 자랍니다. 꿈을 심어 주면 꿈나무로 자라고, 아무리 원한 같은 감정을 심어 주면 일생 동안 그늘로, 어두움으로 자라납니다. 자녀들에게 좋은 습관 본보기를 유산으로 물려줍시다. 사람과 사이가, 가정이, 교회가, 사회가 밝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의 몫이 큽니다.
지금 창밖엔 용서의 봄비가 내립니다.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물로 가슴을 적시면서 다시 사랑을 약속하며 내리는 봄비가 내립니다. 용서하는 봄, 사랑하는 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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