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되찾게 하는 봄철 산나물
이른 봄 살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들판 논둑이나 농로 가장자리에 냉이나 씀바귀가 돋아나고 피어 오르는 봄 아지랑이 사이로 순아 순아 복순아 냉이 캐러 나가서 나리나리 늴늬리 봄이 봄이 부른다는 나물 캐는 아가씨들의 정겨운 노래 소리가 봄 풍경과 함께 환청처럼 들려온다.
매화 꽃이 필 때 그 발밑에 파랗게 돋아 난 냉이 씀바귀 외에도 고들빼기, 소루장이, 물쑥, 달래, 돌마물 머위 질경이등과 실개천 가장자리 파릇하게 돋아 난 돌미나리나 물기가 적은 들 이랑사이 붉은 빛으로 돋은 불미나리는 즙으로 내어 먹어도 좋을 만큼 자연이 주는 최고의 먹을거리다.
들나물로 잃었던 식욕을 되찾으면서 겨울철에 부족한 비타민C를 보충하다가 입춘(立春)이 지나면서 산에 새순이 돋아 파릇파릇해지면 두릅이나 고사리를 꺾기 시작해 여름이 짙어져 실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5월 이후부터 곤드레, 곰취, 수리취, 미역취, 싸릿대, 모시잎, 참나물, 잔대싹, 뚜깔, 싱아, 누르대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산채의 맛을 보게 된다.
칩다꺽어 고사리
나립꺾어 고사리
어영꾸부정 활나물
한푼두푼 돈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동동말어 고비나물
칭칭감어 감돌레
집아 뜯어 꽃따지
쑥쑥뽑아 나싱개
이개자내 지칭개
이산저산 번개나물
머리끝에 댕기나물
뱅뱅도는 돌개나물
말라죽기냐 고사리
아흔 아홉가지 나무타령을 부를 줄 알면 삼년 가뭄도 이결 낼 수 있다고 하는 속담과 함께 예전에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지혜로 ‘산나물 서리’가 있었다.가난한 산촌의 아낙네들이 산나물철이 되면 나물을 광주리에 가득 뜯어 떼로 몰려 가 잘 사는 집 마당에 부어 놓으면 잘 사는 집에서는 밥을 동네 아낙들에게 해 먹이고 보리쌀 한되씩을 퍼 주는 일종의 양식 강탈이어서 이를 ‘산나물 서리’라고 한다.
구중궁궐에서는 수라상에 경기도 육읍(六邑: 양근[楊根] 지평[砥平], 포천[抱川], 가평[加平], 삭영[朔寧], 연천[漣川])에서 움파와 갓나물, 신감채(당귀싹)등이 올려 진 것을 보고 봄이 온 것을 알았다고 한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이렇듯 산채나물은 신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우리 겨레의 중요한 부식물(副食物)로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속담 중에 ‘봄나물 세 번만 먹으면 산삼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제철에 나는 나물을 뜯어 데칠 것은 데치고 삶을 것은 삶아 물에 우려 낸 다음 들기름에 무쳐 상에 올리면 그 향긋한 미각이 계절의 기(氣)를 모두 받는 듯한 기분이 든다. 봄에서 가을까지 산과 들에 지천으로 나는 산채와 들나물중 채소처럼 아주 연한 것은 생저리 하고, 파란색 연한 들나물의 경우는 물을 팔팔 끓여 데쳐내야 영양소 파괴도 줄이고 빛깔이 아
주 곱다. 데친 나물은 차갑고 맑은 물에 빨리 헹군 다음 물기를 짜서 무쳐야 맛이 있고, 산나물의 경우 억세고 쌉쌀하여 대부분 삶아 맑은 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 낸 다음 무쳐야 맛이 있다.
나물을 무칠 때 양념과 들기름을 함께 무치면 나물이 쓰고 들기름을 많이 넣어도 제 맛이 안난다. 다른 양념으로 나물을 다 무친 다음 참기름을 약간 넣고 나물을 주물르지말고 살짝 들었다 놓은 듯하게 무치면 참기름 향도 그대로 간직되고 맛도 좋다.봄부터 고사리 등을 꺾어 삶아서 물에 담근 다음 말리고, 가을이 되면 무나 호박, 아주까리 잎등을 말리고 각종 산채나물을 역시 삶아서 물에 우린다음 햇볕에 말려 겨울나기 준비를 하게
되는데, 애호박은 껍질째 얇고 둥글게 썰어 넓은 대바구니에 펴서 통풍이 잘 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말린다. 시중에 파는 것 중 색깔이 너무 하얀 것은 약품 처리된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한다.
가지는 꼭지 부분을 남겨놓은 채 길이로 3~4등분하여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철사나 빨랫줄에 걸어 말린다. 또는 채반 위에 겹치지 않게 널어 말린다. 먹을 대는 따뜻한 물에 불려서 조리한다. 취나물은 끓는 물에 소금을 살짝 넣고 데쳐서 덩어리지지 않게 떼어가며 말린다. 바짝 말린 다음, 한 다발식 끈으로 묶어서 뚜껑 있는 대바구니에 담아 보관한다. 시중에서 파는 취나물은 불렸을 때 잎이 넓고 부드러운 것이 좋다.고구마줄기는 잎과 껍질을 벗겨서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다. 대바구니에 잘 펴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앞·뒤를 번갈아가며 바짝 말린다. 그런 다음 통풍이 잘 되는 바구니에 차곡차곡 담아 보관한다.
시래기는 통배추의 겉부분이나 무청을 잘 다듬어 볕에 말린 것이다. 특히 김장철, 김치를 담그고 남은 것을 이용하면 훌륭한 나물이 된다.
묵은 나물은 물에 불려서 기름에 볶아야 제 맛이 난다.나물을 겉절이도 하고 무치기도하고 볶아 내놓기도 하지만 다양한 요리가 되기도 한다.봄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여기저기서 쑥쑥 돋아나는 쑥을 이용해 쑥국, 쑥털털이, 쑥찰떡, 냉이국, 소루장이국, 씀바귀국이 있는데, 정철(鄭澈 1536-1593)의 시(詩) 한수를 소개한다.
씀바귀 데운 국물이 고기보다 맛 있네
초옥(草屋) 좁은 곳 그것이 더욱 내 분수이라
다만 때때로 님 그리워 근심 못 이겨 한다.
고사리를 넣은 빈대떡, 속대찜과 죽순찜 같은 나물찜, 산초장아찌와 같은 장아찌, 더덕구이등 다양한 요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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