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영(전 언론인)
지난 세기 영국이 낳은 석학이고 인류의 양심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버틀란드 럿셀은 자신의 저서에서 공직자가 뇌물을 받는 행위보다 간음행위를 보다 더 중한 죄로 보는 기독교의 윤리기준을 비판한바 있다. 럿셀은 천재 수학자이며 저명한 철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반전 평화운동가이다.
최근 뉴욕의 한 대형교회 명망 높은 목사가 여신도와 오랫동안 간음한 사실을 신도들에게 고백함으로서 동포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미국의 실정법에서는 간통죄라는 것이 없어 그 목사의 부인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남편의 처벌을 요구할 수는 없고 고작 이혼을 청구하고 위자료를 받아 낼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서로가 양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한다면 그것으로 끝나는 일이기도 하다. 목사도 인간인 이상 신도중에 애인이 생겨 싫증난 부인과 합의하면 조용히 이혼하고 애인과 결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목사가 신도들에게는 10계명을 들먹이며 간음은 큰 죄악이라고 설교하면서 자신은 남몰래 신도들과 배우자를 배신하는 위선을 저질러온
그 파렴치가 도덕적 규탄의 대상으로 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공직자가 뇌물을 받고 부정하게 나라의 법을 집행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후과
를 가져올 반사회적 범죄행위라는 것은 긴 말이 필요치 않다. 뇌물을 받는 공무원뿐 아니라 뇌물을 건넨 자도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며 세계 각국이 그 위법성을 인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의 불가매수성(不可買收性)이 보호법익으로 되며 이것이 침해될 때 사회의 법질서는 무너지고 국가의 기강마저 뒤흔드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부르게 된다.
이에 대해 사회의 선량한 성 풍속을 보호법익으로 하여 입법된 간통죄는 한국·대만 등 유교적 전통이 강한 아시아 몇 나라에 남아 있고 회교 국가들에서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관점에 따라 스캔들로 비난될 수도 있고 로맨스로 미화될 수도 있는 간통행위는 그 대상과 범위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사안으로 이것을 죄로 다스릴 것인가? 즉 가벌성이 있는가 여부는 보편성이 없고 나라에 따라 시대에 따라 다르다.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공권력인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간통죄를 처벌하는 몇 몇 나라에서 지금도 논란되고 있는데, 개인자유의 극대화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시대적 이념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이혼을 전제로 하여 남편의 부정을 고소하도록 친고죄로 묶어놓은 현행법제 때문에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많아 최근 한국 법조계에서도 간통죄 폐지여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회교국가인 중근동 지역에서는 간통죄를 중죄로 다스리는데 전제군주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몇 해 전 왕가의 공주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져 혼외정사를 했다 해서 당사자들이 공개 참수형에 처해진 사건은 인간이 달에 발을 내딛는 이 문명한 대명천지에 희극적 비극이라 하겠다.
그러나 가톨릭 일부 성직자들의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는 간통행위와 같은 사적인 탈선행위가 아니라 반사회적 범죄로서 그 음침하고 추악한 죄질은 아주 악성이다. 최근 한국에서 일부 개신교 목사들의 간음, 공금 횡령 등 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와 말썽이 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심하여 제2의 종교개혁의 필요성을 운위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일부 목사들의 정치문제 개입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다시 럿셀로 돌아간다. 간음과 뇌물수수는 어느 것이 중죄인가? 기독교와 회교는 간음을 중시하는 것 같고 속세의 법리와 법 감정에서는 뇌물수수가 당연히 중죄다. 영혼의 세계를 관장하는 종교의 도덕률과 합리의 세계를 통제하는 법률은 이 문제에서도 큰 견해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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