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웅목사(커네티컷한인중앙교회)
33인의 생명을 앗아간 버지니아택사건의 조승희군이 NBC 방송국에 보낸 비디오와 선언문(manifesto)에 나타난 표현들은 가진 자들의 사치에 대한 극단적 적개심을 드러내고 복수를 경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조승희군이 소속한 영문학과 학과장이었던 루신다로이 교수는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야구 모자를 눌러쓴 조군이 늘 ‘선글라스 너머로 울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몇 해 전 오클라호마주 경찰은 2명의 고등학생을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고의적으로 피자배달을 시킨 후 배달 온 사람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범죄동기이다. 피자배달원을 살해한 그들은 “사람을 죽이면 기분이 어떨까 해서 살인을 해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일본열도를 들끓게 한 연쇄살인혐의로 체포된 14세 중학생은 “평소 고양이와 비둘기를 죽이는 것이 취미였으나 싫증이 나 사람을 죽였다”
고 대답했다.
요즈음의 많은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변해가고 있을까? 사회학자들은 첫째 원인으로 문제가정의 증가를 꼽는다. 9년 전 13세와 11세의 두 소년에 의해 5명이 살해되었던 아칸사주의 총기난사 사건도 깨어진 가정에서 깨어진 심령으로 자란 반항아들에 의해 저질러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특별히 이민 와서 경제적으로 생계에 매달린 이민가정의 부모세대들은 그들의 사춘기 자녀들을 한국문화의 범주 속으로 강하게 잡아끌거나 혹은 자녀들이 스스로 강구책을 찾도록 내버려둔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자녀들은 학교와 사교활동을 통하여 주류사회의 생활양식과 미국적인 사고방식에 동화하라는 강력한 압력을 받게 된다. 1세대는 새로운 땅에서 뿌리 없는 삶에 직면하는 반면 자녀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가정과 학교라는 두 세계에서 줄다리기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조승희군 사건은 어렵사리 이민 와서 하루에 두잡, 세잡을 뛰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어두운 밤길을 헤매듯 절박하게 살아가는 이민가정의 부모세대들의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의 절박성의 결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피상적으로 보면 많은 이민가정들이 소위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큰 집에서 살면서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페이먼트의 압박으로부터 고생할뿐더러 찢어지는 내면의 삶으로 인해 아파하고 있다. 생존의 방편인 경제활동으로 인해 이민가정의 에너지는 소진해 버려서 감정적으로 지탱해주거나 감정을 배출할만한 곳이 거의 없게 되어 버렸고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는 거의 불가능해져버렸다. 그 결과 자녀들은 학업성적이 떨어질 뿐 아니라 사생아출산이나 범죄나 폭력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프로그램과 비디오게임에 빠지게 되어버린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부모와 자녀가 마음과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5-6분인 반면 청소년들이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그들이 18세가 되기까지 부모와의 대화시간은 평균 500-600시간이며 TV시청시간은 무려 18,000시간이 된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20만 번 이상의 술 광고를 보게 되며 약 5분
간에 한 번씩 나오는 음란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시청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세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부모와 자녀간의 대화가 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이다. 많은 부모들이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자녀들과의 대화에 한계가 있고 언어장애로 인해 전통적인 가족의 다이나믹을 뒤집어
놓을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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