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은 황근(黃根:노란뿌리), 홍경(紅莖:붉은줄기), 청엽(靑葉:푸른잎), 백화(白花:흰꽃), 흑실(黑實:검은열매)까지 각기 다섯가지 오방색을 가진 오방곡물 또는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고 한다.
메밀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생육기간이 짧고, 돌이 많고 척박한 땅에서도 자라므로 하늘에서 비를 내려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에서 가뭄으로 파종시기를 놓치면 메밀을 심었기 때문에 주로 산간지방에서 메밀농사를 많이 했다. ‘고려시대 중국으로부터 밀로 국수 만드는 방법을 배웠으나 우리는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고려도경] 당시에는 밀을 중국으로부터 수입을 해 귀했으므로 밀가루 보다는 메밀로 국수를 해 먹었다.
이렇듯 전국의 산간지방에서 생산되는 메밀로 만든 메밀묵과 메밀국수는 우리의 오래된 먹거리였으며, 특히 평안북도 산간지방이나 합천을 비롯한 경상남도 산간지방의 메밀국수는 평양이나 진주의 기생문화와 접목되면서 냉면이라는 이름을 얻어 기생들이 손님을 앞세워 심야에 즐겨 찾던 야참음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냉면이 문헌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최초의 기록은 1849년에 쓰여 진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로 겨울철 시식(時食)으로서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은 냉
면이 있다고 기록 되었다.
그리고 1896년에 쓰여진 연세대본 [규곤요람]에 쓰여진 냉면에는 싱거운 무 김치국에다 화청(和淸)해서 국수를 말고 저육(猪肉:돼지고기)을 잘 삶아 넣고 배와 밤과 복숭아를 얇게 저며 넣고 잣을 떨어 나니라라고 기록 되었다. 한편 1800년대 말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 냉면편에는 청신한 나박김치나 좋은 동치미국에 말되 화청 하고 위에 양지머리, 배 좋은 배추통김치를 다져 얹고 고춧가루와 잣을 흩어 얹는다.고 기록되어 있고 고기장국을 싸늘하게 식혀서 국수를 마는 장국냉면도 설명하고 있다.
궁중의 잔치 기록인 [진찬의궤]나 [진연의궤]를 살펴보면 궁중 잔치 고임상에는 반드시 국수가 올라 갔고 주로 온면을 올렸다.그러나 1848년 3월 순조비의 육순 축하잔치와 1873년 강령전(康寧殿) 화재로 소실된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1874년 4월에 연 두차례 축하잔치에 냉면을 만들어 올렸다.
이두 잔치에 올라 간 냉면재료를 보면 메밀국수, 양지머리, 돼지머리, 배추김치, 배, 꿀, 잣 등이다.다만 1874년 4월 잔치의 냉면에는 고춧가루를 더 사용 했다.
평양과 진주의 기생문화에 영향을 받아 태생된 냉면이 궁중에 들어 가 궁중의 잔치 음식은 물론 왕이 즐겨 먹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한편 고종 10년 (1873년)에 쓰여진 [진찬의궤]에 나타난 재료를 보면 냉면 한 그릇(冷麵 一器, 목면(木麵:압착기를 이용한 면발) 30사리, 김치 5그릇(器), 돼지다리 3분(分) 1부(部), 배 3개(個), 잣 5작(勺), 고춧가루 1합(合)이라 쓰여 있다.조선 역대 왕중에 냉면을 즐겼던 분으로 식도락가라 할 만큼 음식 맛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셨던 분은 고종황제였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맵거나 짠 음식을 먹지 않았던 관계로 냉면을 즐기셨다고 한다.당시 고종황제가 드셨던 냉면의 사리는 대한문 밖 국수집에서 사다가 썼으며, 꾸미는 가운데 열십자로 편육을 위에 얹고 나머지 빈곳에 배와 잣을 덮었다.배는 칼로 썰지 않고 반드시 수저로 얇게 저며 얹었고 배를 많이 넣고 담가 무척 달고 시원했다고 고종황제의 총애를 받던 삼축당(三祝堂)이 전한다.특히 고종은 덕수궁에서 궁녀들에게 편을 갈라 놀이를 시키고 이긴 팀에게 냉면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이런 고종황제가 즐겨 드셨던 궁중의 냉면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이 망하고 당시 궁중의 궁중음식 책임자였던 안순환(安 淳換)이 왕궁의 숙수와 기생을 모아 놓고 세종로의 동아일보 자리에 ‘명월관’이라는 조선요릿집을 차려 놓고 선을 보였으며, 이명원관 냉면이 [부인
필지]라는 책에 소개 되었던 것이다.이 책에도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고 무와 배, 유자를 얇게 저며 넣고 후추, 배, 잣을 넣는다.라고 기록 되었다.산간지방의 서민들이 먹던 메밀국수가 평양과 진주라는 예향의 도시에 내려와 냉면이 되었고 이 냉면이 궁으로 들어가 궁중의 잔치 음식이나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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