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환목사(뉴욕새빛교회)
14년 전 나온 ‘원초적 본능’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미국의 유명 여배우 샤론 스톤이 다시 이 영화의 속편에 출연했습니다. 영화가 히트를 치면 속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원초적 본능2’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물론 그 영화는 실패한 영화가 되었고 속편에 다시 나온 샤론 스톤은 “이 여자도 늙는구나”라는 진리만 보여준 셈이 되었습니다. 샤론 스톤이라는 이름으로 승부를 걸었겠지만 세월의 이끼를 누가 지우겠습니까?
여자는 속성상 아홉 고개에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물아홉에서 서른 살로,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마흔아홉에서 쉰으로 가는 데 몇 년씩 걸린다는 우스갭니다. 그러나 사실 숫자란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연륜이 그 얼굴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샤론 스톤은 이미 마흔 중반을 훌쩍 넘긴 여자입니다. 원초적 본능1편에 나왔을 때만해도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였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그 여자는 여전히 자신의 미모가 팬들을 제압하리라는 확신이 있었겠지만 차라리 돈을 적게 받더라도 자기 나이에 걸 맞는 작품에 나오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온당한 자세입니다. 그런 일을 보면서 자기 수준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여자들은 아름다움을 생명에 버금가는 일로 생각하지만,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자기 삶과 비슷하게 맞추며 사는 것은 여간 지혜로운 일이 아닙니다. 허나 그런 일이 어찌 여자뿐이겠습니까? 남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킬 영역이 있고 젊은이는 젊은이의 자리, 노인은 노인의 자리를 지켜야 마땅합니다. 학생이 학생의 신분을 떠나 선생의 자질을 논하고 선생이 할 일을 학생이 가르쳐 주려고 덤비는 일도 자기 분수를 넘어가는 일입니다.
교인은 교인의 한계를 지키고, 목사는 목사의 사명을 깨닫고 조심하는 일도 간과할 수 없는 분수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어수선하다지만 심지어는 교인이 목사를 훈계하고 목회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저렇게 하는 것이다, 훈수를 두고 교육을 시키려 드는 황당한 일도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목사가 변변치 못하니 그런 훈수를 받아도 크게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모두가 다 제자리를 지키며 살 일입니다. 자기를 알아야 합니다. 내가 누군지를 알면 창피를 당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시장 바닥만 돌아다니고 아빠가 자기 집보다 술집을 더 선호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실력이 좋은 집사님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 눈에 비친 담임목사님이 성에 차지 않습니다. 자기가 단에 서면 목사님보다 설교도 잘할 것 같고 자기가 그동안 쌓은 성경지식이 목사보다 한 수 위일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니 이름도 없는 신학교 출신 담임 목사가 한심하게 보입니다. “내가 한 번 해 보리라!”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자기가 목사가 되었습니다. 목사는 세상 지식이나 학력 경력으로 되는 게 아님을 지나친 이 목사님 호기롭게 교회를 개척했지만 매주일 설교를 준비하는 일부터 교인 한 사람 오는 게 그야말로 장난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시시한 목사라도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세워진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자신의 교만을 회개했다는 실화입니다.
다 자기가 할 일이 있습니다. 자기 분수 자기 영역이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쉬워보여도 그 사람은 그래도 그 일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엄숙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더러 함량미달의 사람들이 분위기를 해치지만 그래도 기차는 달리지 않습니까? 모두가 다 자기가 있는 자리를 깊이 생각하면서 ‘내가 오늘 이 시간’ 어떤 존재인가를 성찰하는 ‘돌아봄’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영화평론가가 원초적 본능2를 본 후에 말했습니다. “샤론 스톤은 이제 여자의 자리를 떠나 배우로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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