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훈(코리안쳄버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다섯 살 때, 한반도 북쪽에서는 전투가 한창일 때, 어머님 손에 이끌려 교회 유치부에 처음 등록한 이래로 5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대학시절, 군복무시절, 교회에 가지 않던 공백기도 있었으나, 나 자신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욱이 35년 전 미국에 와서 수련 받던 다른 선택의 여지없이 매주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으며 수련이 끝난 후에는 한인교회 예배 반주자로, 음악대학에서 공부한 후에는 성가대 지휘자,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수많은 성가 곡에 접하고 연주하는 일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이는 나에게 분에 넘치는 축복이라고 항상 생각하며 지금도 감사드리고 있다.
이 짧지 않은 기간을 지내며, 나름대로 성가에 대해 생각해온 몇 가지 의견을 감히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여기서 드리는 말씀은 예배 중 드리는 ‘예배 성가’에 국한함을 명확히 한다. 아시다시피, 교회는 하나님을 섬기는 방법에 있어서 뜻이 같거나 비슷한 분들이 모여 이루는 공동체이다. 따라서 이 의견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좋아하고 추구해온’ 성가에 대한 의사 표시라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첫째로, 예배 성가의 목적과 내용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 부합하지 아니하면 아무리 아름답고 음악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연주될 곳이 따로 있다.
둘째로, 듣는 회중이 그 성가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사는 회중의 마음을 대변 내지 비슷하게 표현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며, 곡도 마음을 움직이거나 적어도 듣는 이가 거부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즉 요즈음 가사 내용이 ‘튀거나’ 불협화음 같은 익숙하지 않은 실험적인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회중의 마음에 부담을 주는 음악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셋째로, 들었던 사람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 하나님과, 예수님과, 자신을 두고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성가라야 한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면 적어도 꽤 오랫동안 깊은 기억이 남는다. 그러나 그 기억과 감흥과 감동이 한 순간 이상 지속하지 못하는 즉흥적인 것이라면, 이는 예배 성가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빠트리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넷째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예배의식의 분위기는 ‘경건’함에 있다. 미루어 생각하건데, 하나님께 기도하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뜻에서 일 것이다. 따라서 예배 성가도 ‘경건’해야 할 것이다. 특히 현대적인 악기와 작곡기법을 사용한 곡일 경우, 대다수 회중이 지금까지 지녀온 생각을 기준으로 판단하여 그 성가의 리듬이나, 형식이나, 분위기가 경건성과는 거리가 있는 다른 어떤 것을 연상시킨다면, 이는 꼭 회중만의 잘못이 아니다. 선곡한 사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리듬이 ‘맘보’나 ‘트위스트’ ‘차차차’같은 경우, 또 국악성가 중 리듬이 귀신을 부를 때 쓰이기도 하는 ‘굿거리장단’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섯째로, 연주자가 하나님께 드린다는 긴장된 마음, 경외심을 가지고 성가를 연주한다는 진지함을 회중이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음악에 문외한일 지라도 이 진지성은 누구나 쉽게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연주자는 당연히 독창자이건, 성가대이건, 오케스트라이건, 독주자이건 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우선 예배를 집전하는 목회자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선곡하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성가대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곡을 음표, 쉼표 단위까지 나누고, 거기에 음가(音?)를 부여하고, 이를 다시 모아 맞추는 과정을 반복, 리허설을 시작할 때는 이미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으며, 연습 과정 중에도 ‘적당히’ 지냄 없이 최선을 다하고, 예배 중 순서에서도 후회 없는 전력투구를 한다면 당연히 듣는 회중이 이 진지함을 같이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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