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문예공모전 소설 당선 김마리씨
▶ MD 거주, 26년만의 수상
하도 오랜만에 쓴 글이라 얼떨떨할 뿐입니다. 부족한 글에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들에 고마움을 전하며 격려해준 남편, 착한 아들에 감사를 드립니다.
제28회 한국일보 문예공모전에서 소설 부문에 당선된 김마리씨(45, 메릴랜드 솔즈베리 거주)는 26년 만에 받아보는 문학상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수상작은 내 남자의 어머니. 작가는 팝콘이 널린 백사장 같은 신세대 소설이 아니라 진부한 반동(反動)을 택했다. 남편을 앗아간 여자는 TV 연속극처럼 친구가 아니라 시어머니였다. 아들을 낳아야만 했던 과거의 며느리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숙명이 결국 불행을 낳는다는 줄거리다. 여기에다 남편이란 존재를 그 시어머니에 앗긴 현재의 며느리의 분노와 아쉬움이 곁들여진다.
나는 하던 일손을 멈추고 남편의 서재를 나와 짐들이 빠져나간 황량한 거실 한 쪽에 쪼그려 앉아 우두망찰했다. 도대체 얼마의 시간을 보내야 이 끔찍한 전율이 희석될 수 있는 것인가. 얼마의 시간이 흘러야 내 남편의 어머니를 기억 속에서 제거할 수 있단 말인가….
작중 며느리의 독백처럼, 어찌 보면 고리타분한 비극을 김씨는 유려한 이야기꾼의 손재주로 풀어 나간다.
그의 화법(話法)의 힘은 어찌 보면 오랜 숙성과 다듬질에서 나온 것이다. 이미 그는 서울에서 중학 3년을 다니며 단편소설을 쓴 문학 소녀였다. 당시 청소년들을 휘어잡던 여학생 여고시대 같은 잡지의 문학상을 휩쓴 관록의 여고생이었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며 문학과의 연애시대를 끝낸 그는 1989년 도미하며 한 남자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뿌리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중년의 시간을 감당 못해 잊혀진 감성의 계절로 복귀했다.
김마리 씨가 이 소설을 쓴 건 지난해 겨울. 그는 민생고를 핑계로 게으름을 떨다가 하나뿐인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철철 남아도는 시간에 궁상을 떨다 지쳐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로 처음 작정한 글은 그러나 중편으로, 다시 열여섯 번의 수정을 거쳐 단편으로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십 육년 만에 수상 소감을 다시 쓰게 됐다.
그는 일기를 들여다보니 항상 글을 써야겠다는 내용이 있더라며 내게 글을 쓴다는 건 세상을 돌고 돌며 근사한 곳을 찾아 기웃거리다 종래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안식하고 싶은 탕자와도 같은 마음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제 이 안식처에서 새로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올해 목표는 장편과 단편 소설 하나씩. 남편인 김진철씨(솔즈베리대 미대 교수)의 응원은 그의 전의를 북돋우고 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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