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태목사(전 뉴욕한인교회 담임)
제가 찾아낸 오늘의 과제는 “재미 한인교회의 존재방식”에 관한 것입니다. 그럴 것이라고 읽었습니다. 이제는 말하는 것이 두렵고 목소리를 점점 줄여야 할텐데 또 이렇게 입을 열게 되었습니다. 무슨 발견이나 주장이나 제안을 내놓는 일은 너무 지루해 보여서 위 주제의 주변에서 고백적인 발언 한 두 가지를 순서 없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재미한인교회는 물론 세계의 기독교회의 오늘과 내일을 바라볼 때에 비관론자가 됩니다. 우리는 통상 두 개의 만만치 않는 적(敵), 곧 비관론과 낙관론이라는 적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낙관론은 비관론보다 더 나쁘다는 니이버(R. Niebuhr)의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어감과 인상은 좋지 않지만 오늘도 신학도요 한때 목회에 참여했던 저는 그동안 한 번도 역사와 교회의 문제에 대하여 낙관론을 펼만한 용기를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래서, 인간본성의 악마적 기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의 크리스챤들의 의식세계를 집요하게 공격한 라인홀드 니이버 편에 저는 서게 된 것입니다.
제가 그러한 의미의 페시미스트(Pessimist)라고 해서 세계를 온통 회색빛으로 칠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굳이 밝힌다면 저는 심리학적 비관주의자가 아니고 신학적이며 철학적인 비관주의자입니다. 그런 눈으로 재미한인교회의 현재의 상태를 바라보면 저의 비관주의는 증폭됩니다. 앞으로 우리의 교회들 안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프로그램 설계를 위해 제가 우리교회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병”(disease), 중대한 병 하나를 진단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 개인의 진단입니다. 그것은 “자유 기피증”이라는 병입니다. 문제는 이 병 자체가 아니라, 이 병의 중대성과 이 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교인들의 자유를 위협으로 보는 목회자들, 목회자들의 자유를 일탈로 보는 교인들을 저는 허다하게 보았습니다. 어떤 때는 교회가 하나의 감옥(Prison)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분석은 여기까지 미치지 못했습니다. 구원의 역사를 꽃피워야 할 교회가 교묘한 형태의 노예화운동(enslavement movement)에 함몰되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오늘날 교역자중의 상당수는 도스또예프스끼의「대심문관」처럼 인간의 대부분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제시된 자유의 무거운 짐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심문관은 그리스도를 이런 식으로 비난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았소. 그것은 당신이 기적에 의해서 인간을 정복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기적으로부터 생기지 않는 자유로운 신앙을 갈망했기 때문이지.”
교회는 하나님의 노예, 예수의 포로를 만드는 곳이 아닌데, “하나님께 대한 창의적인 의존” 대신 “하나님께 대한 노예적인 맹종”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락하는 비극을 우리는 오히려 무덤덤히 관망해 왔습니다. 이 실상을 보게 하는 이는 “성령”이라고 저는 말합니다. “예수의 정신”이야말로 이 “비자유(非自由)”의 본성을 직시하게 합니다. 예수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노예제도, 악성 노예제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교회의 민주화운동, 교회의 해방운동을 넓혀서 사회와 국가의 민주화운동, 조국과 민족의 해방운동이 그 결과물로 태어나면 어떨까 꿈꾸어 봅니다. 그렇다면 재미한인교회가 설정하고 전력투구해야 될 우선순위 제1호 프로그램 속에 가장 참신한 해방담론(Emancipatory Discourse)이 포함되어야 하고 우리의 목회는 “해방목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본 원고는 지난 5월21일 오후2시 인터처치센터 룸 1353에서 열렸던 ‘재미사회와 교회, 재미 한인들의 최우선순위 문제와 그 대책’이란 주제의 새누리포럼 중 차원태목사가 발제하여 발표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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